일당 5억 원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이석호 우주홀딩스, 김한식 전 청해진 해운 대표, 황효진 전 스베누 대표, 최완규 작가 등 유명인들이 고액, 상습 체납자로 이름을 올렸다.
강민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허 전 회장을 포함한 고액·상습 체납자 683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허재호 전 회장은 종부세 등 56억 원을 체납했고, 이성호 전 대표는 양도소득세 등 66억2500만 원, 김현식 전 대표는 종합소득세 등 8억 7500만 원, 황효진 전 대표는 부가가치세 등 4억7600만 원, 최완규 작가는 양도소득세 등 13억9400만 원 등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재호 전 회장은 508억 원의 탈세를 지시하고 10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11년 광주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다음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2014년 3월 22일 귀국해 "벌금 납부 대신 노역을 하겠다"며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하지만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을 5억 원으로 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노역'이라는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현행 형법에는 노역 일당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으며 노역장 유치 기간만 3년 이하로 제한한다. 통상 일반인은 노역 일당이 5만 원 선에서 정해진다는 점에서 해당 판결을 했던 판사는 사표를 제출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화두가 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허재호 전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 소송을 냈다가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 세금을 납부하게 됐다.
김한식 전 대표는 세월호 침몰 사고 책임을 지고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받았고, 최완규 작가는 MBC '허준', SBS '올인' 등 히트 작품들을 내놓은 스타 작가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 고액 체납자, 작년보다 줄었지만…금액은 늘어
고액 체납 명단 공개 대상자는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2억 원 이상'인 체납자다. 명단 공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체납자의 성명·법인명·나이·직업·주소·체납액 세목 등이 공개된다.
올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자는 6838명으로 확정됐다. 신규 공개 대상자는 개인 4739명, 법인 2099곳이다. 총체납액은 5조4073억 원, 개인 최고액 체납자는 1632억 원을 내지 않은 홍영철 씨, 법인은 450억 원의 코레드하우징이었다.
공개 인원은 전년 7158명 대비 320명 줄었으나 총체납액은 1633억 원 늘었다. 100억 원 이상 체납자가 15명(2471억 원)에서 42명(8939억 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체납액 규모는 2억~5억 원 구간 인원이 4198명으로 전체의 61.4%를 차지했다.
◆ 탈세 위해 이렇게까지…
탈세범들의 기막힌 수법도 공개됐다.
국세청은 최근 체납자가 은닉한 수억 원대의 분재 377점을 찾아내 압류했다. 체납자 A 씨는 세금 탈루를 위해 본인 명의 부동산을 모두 팔고, 분재 수백점을 사들여 비닐하우스 4개 동에 키우며 재산을 숨겼다.
국세청은 A 씨 직업이 분재 수집가라는 것을 포착하고, 분재 은닉 장소를 탐문했다. 국세청이 분재 전문가를 동원해 가격을 감정한 결과, A 씨의 분재 377점은 수억 원대로 확인됐다.
체납자 B 씨는 아파트 보일러실과 벽 틈에 5만 원짜리 현금 다발을 숨겨놓았다.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부동산을 판 돈을 현금으로 인출, 쇼핑백에 넣어 보일러실에 숨겨 둔 것.
뿐만 아니라 주차장에 있던 외제차 트렁크에도 현금다발을 숨긴 것이 발각됐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각오다. 국세청은 오는 2020년부터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신설해 추적 조사 업무를 수행한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개정안이 지난 10월31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친·인척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도 조사할 수 있게 됐다.
포상금 제도도 시행한다.
강민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체납 세금 징수에 기여한 은닉 재산 제보자에게는 최대 2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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