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국 펀드 투자자의 ‘베트남 사랑’은 남달랐다. 올해 설정액이 늘어난 해외펀드는 베트남펀드가 유일하다. 해외펀드 투자자의 높은 기대에도 베트남펀드의 수익률은 연말에 이르기까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달러 강세로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금 유입이 줄어들면서 베트남 증시가 악영향을 받았다.
해외펀드 중 수익률 꼴찌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대상 23개 베트남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86%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가 구분하는 20개 지역펀드 가운데 가장 낮다. 최근 3개월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3.12% 손실을 봤다. 이 역시 해외펀드 가운데 ‘꼴찌’다.
베트남펀드는 올해 설정액이 늘어난 유일한 해외펀드다. 올 들어 베트남펀드로 823억원이 순유입됐다. 전체 설정액은 1조6390억원으로 늘어났다. 중국펀드(6조6404억원), 글로벌펀드(5조9941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베트남 호찌민지수는 8.5% 오르는 데 그쳤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게 원인”이라며 “태국(올해 증시 등락률 -3.3%) 필리핀(6.0%) 등 다른 신흥국과 함께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보유지분 제한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상당수 상장사에 대해 외국인이 지분을 100%까지 늘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이사회, 증권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해 외국인 투자자가 무작정 지분을 늘리기가 어렵다.
사회질서 유지, 국민건강 증진 등에 필요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아직까지 외국인 지분율을 최고 49%로 제한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투자가능 종목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살 수 있는 종목엔 ‘외국인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비싼 값을 주고 투자해야 하는 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내년엔 달라질까
금융투자업계에선 내년엔 베트남펀드의 성과가 올해보다 나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먼저 외국인이 100%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상장사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속 절차가 이르면 상반기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연 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기업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이대원 팀장은 “베트남 기업들의 이익은 연 8~10%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올 들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경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아졌다. 지난달 장중 1000선을 넘어섰던 베트남 호찌민지수는 현재 950선까지 떨어졌다. 베트남 호찌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2~13배로 최근 3년간 평균 15배를 밑돌고 있다.
다만 베트남 전당대회,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내외 정치적 불안정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진욱 미래에셋자산운용 베트남법인 대표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별개로 정치 이벤트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지분 제한 관련 법률도 시행령 등을 개정하고 관계기관 협의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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