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전략도 새롭게”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원점에서 출발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점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 대해선 “전반적인 경영 전략을 다시 생각해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다”며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겠지만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이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쇼트리스트(압축 후보군)를 확정했다. 조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다. 모두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를 이끌며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추위는 이들에 대한 면접을 오는 13일 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종전에 비해 한 달 이상 빠른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됐다. 현직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두 달 전까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 게 신한금융의 규정이다. 통상 회추위의 추천 절차는 그해 1월 초 본격화됐다. 2017년엔 1월 4일 회추위 첫 회의를 시작해 20일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각 후보의 경력과 재임 중 성과 등을 살펴보고 이달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는 목표다. 이후엔 이사회가 적정성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정식 취임하게 된다.
채용비리 재판이 변수
금융권 안팎에선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후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면서 꾸준히 비은행 분야를 강화했다. 지난해엔 KB금융을 앞서 1위 금융그룹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변수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 채용 비리 혐의로 받고 있는 재판이다. 다음달 중순께 검찰 구형, 내년 1월 선고가 있을 전망이다. 내부 규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는 한 결격 사유는 아니다. 다만 유죄 선고가 나오면 회장 자리를 유지하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도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리스크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 등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신한금융 회추위 소속 사외이사들과 별도 면담을 했다. 금감원 측은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적 리스크가 그룹 경영 안정성과 신인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 의사결정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주주와 고객을 대신해 금융회사 경영을 감독하는 사외이사로서 책무를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금감원의 입장 전달에 대해 “각자의 역할이 있고 금감원의 입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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