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과정에서 AI 기술은 서류전형과 면접에 활용된다. 이 가운데 AI 면접은 인간 면접관 대신 컴퓨터의 웹캠을 통해 면접이 이뤄진다. AI는 지원자의 표정과 목소리, 발음, 말의 속도, 시선 등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한다. 채용 절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편견에 좌우되지 않고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효율적이고 공정할 뿐 아니라 인간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AI 면접은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면접에서도 인간은 AI에게 자리를 뺏기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이다. 다양한 기관에서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모씨는 아무리 바빠도 최종면접에는 반드시 참석했다. 그는 응시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대답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했다. 과거부터 축적된 경험을 통해 발달된 심안, 즉 마음의 눈을 사용해 사람을 선발할 수 있고 그 정확도는 상당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렇다. 우리가 현재까지 AI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무기는 바로 질문, 그중에서도 탐색 질문의 기술이다. 사실 면접 질문들은 대동소이하고 지원자는 철저하게 준비해 면접에 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면서 궁금한 점과 더 알고 싶은 점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으며 지원자의 면면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답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진위 여부는 AI가 더 잘 판단할 수도 있다). 그외에 행동으로 드러나는 역량의 깊이와 다양성, 역량의 습관성 여부, 생각하는 능력의 정도, 가치관, 인성 등을 오감과 심안을 통해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면접에서 꼭 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당신이 맞닥뜨렸던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습니까”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머스크는 다양한 추가 질문을 통해 그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파악한다. 진짜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은 ‘아주 작은 세부사항’까지 알고 ‘다양한 수준’에서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경험자들의 심안이 잘 작동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리더의 겸손이다. 스스로를 잘 볼 수 있는 미덕을 지닌 리더만이 깨끗한 심안을 유지하며 다른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AI가 아직은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시대, 우리가 사람을 뽑으면서 꼭 지켜야 할 인간만의 역량이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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