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공급 부족에 따른 불황을 겪을 것이다.”
영국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펴내고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에서 독점 발간한 <2020 세계경제 대전망>의 핵심 키워드는 ‘공급에서 유발되는 글로벌 불황’이다. 공급 측면에서의 불황은 1970년대 오일쇼크가 유일하다. 이번 공급 부족은 무역전쟁이 촉발시킨다.
인플레이션·유가 상승·성장 둔화
공급 측면 불황은 수요에 비해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가리킨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각 기업은 자국 내에서 기존보다 가격이 비싸고 품질 역시 떨어지는 부품을 스스로 공급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를 이끌 것”이라며 “고용이 줄면 자연히 소비자 지출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의 약 40%를 차지하는 두 경제 대국 간 협력 환경이 나빠졌다”며 “글로벌 공급사슬이 서로 깊게 얽혀 있어 국가 간 연대가 조금만 약화돼도 기업 활동은 둔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도 호황을 이어갈 것이란 다수의 전망과는 달리 불황을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미국 등의 증시가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가 흔들리면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 역시 쪼그라들 것으로 봤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공산당은 ‘온건한 번영’을 이룬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는 실상과 다를 것이란 게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피할 수 없고,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과 미국이 관세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특히 ‘마이너스와 싸울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마이너스 폭을 확대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막 오르는 ‘화성 탐사 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은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우주 분야 선진국들의 ‘화성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내년 중 무인 화성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여행 서비스와 개인용 비행체(플라잉카) 시장도 내년부터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인 ‘마스2020’은 내년 7월 발사돼 2021년 2월 중순 화성에 도착한다. 마스2020은 이르면 2020년대 중반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류의 첫 화성 직접 방문에 대비해 화성의 대기 등 환경 조건을 탐사하게 된다.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도 공동 개발 중인 무인 로봇 탐사차(로버) ‘엑소마스’를 내년 7월에 우주로 쏘아올린다. 2021년 3월 화성 적도 부근의 옥시아 고원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내년에는 상위 1% ‘슈퍼리치’를 위한 여러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민간 우주여행사인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탄도비행 방식의 우주여행 상품을 각각 내놓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는 내년 상반기 중 NASA와 협업해 첫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고 2021년에는 상업용 유인우주선을 선보일 방침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은 플라잉카가 처음으로 상용화되는 해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인 오프너가 개발한 소형 항공기 ‘블랙플라이’는 내년부터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블랙플라이는 주행거리가 약 50㎞에 이르는 1인승 모델로, 최고 속도가 시속 100㎞에 달한다. 중국의 드론 제작사 이항이 개발한 2인승 소형 항공기는 내년부터 중국 광저우 등에서 택시 영업을 시작한다.
선한결/정연일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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