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심의 지연으로 6년째 표류하던 마포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복합쇼핑몰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감사원이 상암DMC 개발계획 결정 업무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서울시에 통보하면서 지지부진했던 인허가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감사원 통보에 대해 “롯데쇼핑 측에서 준비 중인 ‘세부개발계획안’을 마포구에 제출하면 정해진 도시계획 절차에 따라 원만하게 협의하고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상암DMC 계획 조속히 결정”
감사원은 지난 4일 상암DMC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 업무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서울시에 통보했다고 5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복합쇼핑몰 건립을 위해 2013년 롯데쇼핑에 부지를 매각한 상암DMC 특별계획구역 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개발계획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복합쇼핑몰 용지를 매입한 롯데쇼핑이 지역 전통시장과 ‘상생 합의’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이 사업의 개발계획 승인을 보류해왔다. 서울시는 2015년 7월 상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근 17개 전통시장과 상생 합의할 것을 롯데쇼핑에 요구했다. 롯데쇼핑은 이를 수용해 전통시장 리모델링, 개보수, 지역 주민 우선 채용 등의 상생 방안을 제시하며 인근 16개 시장의 복합쇼핑몰 입점 찬성을 얻어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나머지 한 곳의 전통시장과 상생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부개발계획안 심의를 보류했다.
롯데쇼핑은 2017년 4월 “세부개발계획을 장기간 결정·고지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법원에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롯데쇼핑은 ‘2018년 8월 말까지 상생 합의가 결렬되면 직권조정을 통해 2019년 상반기 중 세부개발계획을 결정할 것’을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나머지 한 개 시장과의 상생 합의 후 세부개발계획을 승인하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에 따라 세부개발계획 결정을 지난 4월까지 보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고 지역 상생 발전을 최대한 유도하는 것은 서울시의 당연한 책무”라며 “특히 상암DMC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주변 지역과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소를 고려해 행정절차를 신중히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토지를 매입한 기업의 재산권과 지역 주민의 소비자 권리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으로 롯데쇼핑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인근 주민의 소비자 권리 침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회 상실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서울시가 감사원의 통보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이행 사항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몰 사업 탄력…“몰세권 효과 기대”
상암DMC 복합쇼핑몰은 대형 상업업무시설이 부족한 상암DMC 일대의 부도심 기능을 보완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는 2011년 DMC 상업용지 I3, I4, I5구역 등 3개 필지 총 2만644㎡를 복합쇼핑몰 조성을 위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2013년 4월 롯데쇼핑과 1972억원에 부지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시의 심의 지연으로 6년째 표류했으나 이번 감사원 시정 통보로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세 개 필지 중 가장 넓은 I5구역(8162㎡)을 ‘비판매 시설’로 하고 수익형 오피스텔, 롯데시네마, 문화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나머지 I3구역(6162㎡)과 I4구역(6319㎡)을 하나로 묶어 백화점, 쇼핑몰 등을 건립할 방침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서울시 등 유관 부서와 협의해 주변 DMC 지역과 연계한 복합쇼핑몰 개발을 정상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며 “사업이 오래 표류한 만큼 최근 상업업무시설 트렌드와 변화한 주변 환경에 걸맞은 사업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암DMC 롯데몰이 완공될 경우 이 시설이 서울 서북부 중심 상업지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상업시설이 비교적 부족한 마포·은평·서대문구 일대의 수요를 끌어당기면서 상암DMC의 부도심 기능을 확충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하남미사, 용인성복처럼 대규모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인근 부동산 가치도 상승했다”며 “개발이 지연되는 동안 고양 이케아, 스타필드, 여의도 파크원 등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선 만큼 변화한 시장 여건도 고려해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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