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기본원칙 훼손…산업현장 현실 반영 안해"…인건비 부담 가중 우려도

입력 2019-12-05 17:29   수정 2019-12-06 01:51

경제계는 5일 “이번 대법원 판결이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에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 법률 비용과 예측하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1, 2심을 맡은 법원은 노조원 과반의 동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근로자별로 회사와 맺은 개별 계약서에 임금피크제 내용이 빠져 있다면 그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취업규칙과 개별 근로계약서 중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우선적으로 취한다는 노동법상 ‘유리조건 우선원칙’이 핵심 근거였다. 경제계는 노조원 과반의 동의로 임금피크제를 취업규칙에 도입했다면 임금피크제를 우선 적용하는 게 노사 의사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대법원이 노사 대표 간 합의를 중시하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유리조건 우선원칙’을 형식적으로 적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후 부작용이 작지 않은데, 이번 판결이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의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수는 올해 285명에서 2022년 53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은 374명에서 1033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적으로 늘어난 임금피크제 적용 인력이 이번 판결로 목소리를 더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들은 이번 판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취업규칙이 아니라 단체협약(단협)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단협과 개별 근로계약의 관계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아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단협은 모든 근로자에게 전면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번 사건처럼 비노조원에게도 자동 적용할지는 또 다른 쟁점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단협과 취업규칙에 관계없이 개별 근로계약서에 임금피크제를 명시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줄소송을 하면 기업 부담이 늘고 결국 노사합의로 유지돼온 현행 임금피크제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인설/정지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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