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고양시에 아파트 세 채를 보유하고 있는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2195만원이다.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오르면서 보유세가 지난해(964만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집을 팔 생각은 없다. 당장 양도소득세가 무거운 데다 아내에게 증여하는 것만으로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종부세를 무기로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각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가 기다리는 투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물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113.9를 나타내 ‘9·13 대책’이 나온 지난해 9월(164.5)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을 경우 시중에 매물보다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다.
일선 중개업소 분위기도 비슷하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세금이 당장 수천만원 늘어난다고 해도 집값이 수억원 더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에 팔겠다는 집주인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집값이 크게 오른 마포 일대도 마찬가지다. 아현동 B공인 관계자는 “지금 팔면 양도세 폭탄을 맞으니 반대로 버티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보다는 증여, 공동명의, 신탁, 법인 설립 등의 절세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종부세는 부부이더라도 따로 세금을 매기는 인별 과세다. 명의를 분산해 공제 규모를 늘리면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 또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세무업계에선 부부 간 증여 등 다주택자의 절세 상담이 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올해 하반기 부부 간 증여 상담과 실행이 많았다”며 “취득가액을 높일 수 있는 부부 간 증여는 5년 뒤 장부상 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매각을 고려할 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이후로는 매물이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당장 1월부터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가 시세 9억원 이상 집을 매각할 때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대폭 축소된다. 종전엔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최대 80%(10년)를 공제했지만 앞으로는 2년 이상 실거주한 집에 대해서만 이 같은 혜택을 준다. 거주 요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공제율은 최대 30%(15년)로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에 바짝 다가서는 상황에서 매물이 잠길 우려가 더욱 커진 셈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