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영민 서울대 교수 "논어는 세상을 해석하는 기본적인 개념 제시하는 텍스트"

입력 2019-12-05 17:44   수정 2019-12-06 19:40


“기존 ‘논어’ 관련 서적들을 읽다 보면 불편함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상당수 저자가 논어 자체가 아니라 논어에 대한 환상이 있는 자신들을 좋아한 탓에 텍스트를 정교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사진)가 새 에세이집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냈다. ‘김영민 논어 에세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고전 ‘논어’에 관한 에세이다. 김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관련 연구를 해온 전공을 살렸다. 여럿이 어울려 사는 세상사 속 ‘사람됨’과 ‘사람살이’에 대한 공자의 고민이 담긴 ‘논어’라는 원전을 사유한 글을 모았다. 김 교수는 최근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다른 고전들과 달리 논어는 논리적 논설을 담고 있지 않은 데다 비교적 짧고 맥락 없이 나열된 대사가 많다”며 “문맥 속에 담긴 배경지식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고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주례사’ ‘추석이란 무엇인가’ 등 그동안 날렵한 유머와 자유로운 사유, 본질적인 질문 던지기로 일상의 진부함을 타파하는 칼럼을 써왔다. 세상을 향해 시원하게 던지는 메시지 덕에 ‘칼럼계 아이돌’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1년 전 낸 첫 에세이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반짝반짝한 아침의 멀쩡한 정신으로 생각의 근육을 써 죽음이라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면 이 책에선 논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의 정체성을 향해 돌직구를 던진다. 김 교수는 “인간은 의미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의미적 동물”이라며 “삶을 해석 대상이 아니라 기술적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팽배한 시대에 논어 해석을 통해 우리는 실제 삶의 결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김영민표 ‘논어 프로젝트’의 시발점이다. 김 교수는 향후 10년 동안 새로운 논어 번역서와 해설서, 기존 번역 비평서 등 열 권이 넘는 책을 4종의 시리즈로 낼 계획이다. 그는 ‘불후의 고전’을 ‘살아있는 지혜’로 포장해 찬양하거나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는 세태를 경계한다. 김 교수는 “논어 속에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가 있는 것처럼 제시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만병통치약을 찾듯이 고전을 읽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에서도 “논어를 읽는다고 우울증을 해결하거나, 21세기 한국 정치의 대답을 찾거나, 현대인의 소외를 극복할 길은 없다”고 썼다. “논어가 인생과 세계를 구제할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결정적인 진리를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논어 속 단어나 개념, 문장이 세상을 해석하는 데 기본적인 어휘를 제공할 뿐이죠. 책 제목처럼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고전을 통해 지금 몸담고 있는 삶과 세계라는 텍스트를 공들여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사회평론, 276쪽, 1만5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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