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비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안토니우스의 자살을 표현한 대사다. 심장의 생물학적 개념과 은유적 개념이 함께 쓰인 명문장이다. 안토니우스에게 심장은 낭만적인 사랑의 중심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그에게 “내 심장에 갑옷을 두르는 이”였다.
미국 심장내과 의사이자 작가인 샌디프 자우하르는 저서 <심장>에서 “우리 몸의 어떤 신체 기관도, 어쩌면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어떤 사물도 (심장만큼) 그토록 많은 은유와 의미로 점철되지는 않았다”며 “심장은 삶과 죽음을 부여하는 동시에 은유를 부추긴다”고 썼다.
이 책은 심장이 무엇이고, 의학적으로 어떻게 다뤄져왔으며, 심장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식은 무엇일까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미국에서 아툴 가완디와 싯다르타 무케르지를 잇는 ‘글 쓰는 의사’로 명성을 얻었다. 전작들인 <인턴>과 <의사 노릇하기>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놨다. 세 번째 책인 <심장>에선 자신의 인생을 사로잡고 의사의 길에 들어서게 한 심장을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수천 년에 걸친 ‘은유적 심장’의 역사, 금기의 영역이던 심장학 분야에서 비약적이고 눈부신 발전을 일궈낸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어머니를 심장질환으로 떠나보낸 저자의 가슴 아픈 가족사, 병원이란 세계에서 경험한 눈물겨운 인간사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들려준다.
심장에 관한 저자의 깊고 넓은 통찰을 빼어난 글솜씨와 구성으로 풀어냈다. 상심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다코쓰보심근증’ 등 심장과 관련된 낯선 병명과 의학용어 및 개념이 곳곳에서 등장하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문학적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수많은 심장질환 증세와 자신의 임상경험, 역사적 실험에서 생물학적 요인만큼이나 심리사회적 요인에 주목한다. “심장(생명)을 돌보려면 사회를 돌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심장을 치료하려면 사회와 마음까지 치료해야 한다. 신체뿐 아니라 자아까지 살펴봐야 한다.” (서정아 옮김, 글항아리사이언스, 364쪽, 1만6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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