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청소년 흡연 못 본척해야? 적발해도 규정 없고 보복 우려

입력 2019-12-07 08:42  


한 30대 남성이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훈계를 했다가 보복을 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아내와 어린 두 딸과 함께 다세대 주택 2층에 살고 있는 A 씨는 지난 7월10일 거실 창문을 통해 담배 냄새가 들어오자 밖을 내다봤다. 당시 1층 주차장에서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4명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A 씨는 학생들에게 "담배피우지 말고 가라"고 훈계 했다. 이틀 뒤부터 누군가 집 초인종을 반복해 눌렀고 아내가 문을 열면 학생들이 웃으며 도망갔다.

학생들은 불씨가 꺼지지 않은 담배 꽁초나 돌을 A 씨 집 창문에 던지기도 했다. 학생들의 지속적인 보복으로 A 씨 아내는 불안장애 증세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학생들은 청소년 범죄예방프로그램 이수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지금도 A 씨 집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떠들며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다.

아내는 학생들의 보복으로 불안장애 증세를 보이며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으며 이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흡연을 훈계하다 보복을 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심지어 지난 2014년 6월에는 10대 학생 3명의 흡연장면을 목격하고 훈계하던 50대 남성이 이들에게 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남성은 이웃 주민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6일 뒤 숨졌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학생 3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길래 말렸더니 '뭔데 참견이냐'며 마구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찾기 위해 주변 CCTV를 모두 확인하고 탐문 수사를 했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또 청소년 흡연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면 쌍방폭행이라고 해도 성인이 더 불리하다. 지난 2017년 이 모(50)씨는 공중화장실에서 흡연하던 10대 학생들에게 훈계를 했다가 아이들이 대들어 몸싸움으로 번졌다. 이 모 씨는 한 학생을 밀쳤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직접 훈계하지 않고 청소년 흡연을 경찰에 신고해도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어 훈방조치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흡연은 못 본척하고 지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또 다른 네티즌은 "차라리 청소년에게 합법적으로 담배를 파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을 냈다. 네티즌들은 청소년 흡연을 처벌할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청소년 흡연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라는 주장도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은 교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청소년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 금연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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