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폭스바겐이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8세대 '골프'를 공개했다. 골프는 실용성과 해치백의 대명사로 불리며 전세계 마니아를 거느린 자동차다.
골프는 세대를 거듭하며 많은 부분이 바꼈다. 하지만 43년이 넘는 긴 역사를 이어오면서도 이름만큼은 '골프'를 유지했다. 폭스바겐의 대표 '국민차' 골프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고급 스포츠 '골프'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바람의 한 종류에서 가져왔다.
골프는 대서양 연안 지역의 '걸프 스트림(Gulf Stream)'과 연관이 깊다. '걸프'의 독일식 표기가 '골프'이기 때문이다. 이 바람은 미국 북서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뉴펀들랜드를 잇는 대서양 연안을 따라 동북쪽으로 분다.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해류도 같은 명칭을 쓴다.
폭스바겐은 전통적으로 대중성을 가진 차 이름에 바람의 명칭을 사용했다. 골프뿐만 아니라 제타, 파사트 등이 모두 바람의 이름이다.
유럽에서 골프만큼이나 실용성을 앞세워 대중적 인기를 끈 '폴로(Polo)'도 영국과 인도에서 사랑받는 마상 구기 종목으로 오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폴로는 북극에서 남쪽으로 부는 강하고 찬 바람의 이름이다.
폭스바겐의 대중형 세단 '제타(Jetta)'는 '제트(Jet)'의 독일식 어휘다. 제타는 '제트 스트림(Jet Stream)'이라는 바람에서 이름을 따왔다. 제트 스트림은 날씨의 변화가 일어나는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 수평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말한다. 이 바람은 지구 대기의 균형에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 한쪽의 대기가 지나치게 데워지거나 냉각되는 경우 어김없이 제트 스트림이 발생한다.
폭스바겐의 또 다른 세단 '파사트(Passat)'는 우리말로 무역풍을 가리킨다. 콜롬버스가 이 바람을 타고 대서양을 횡단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로코(Sirocco)'는 초여름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지중해를 넘어 이탈리아로 부는 더운 바람을 말한다. 이 바람의 근원지는 사하라 사막이어서 모래 폭풍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시로코는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모래폭풍'을 의미한다.
폭스바겐이 대중성 높은 차량에 바람의 이름을 넣은 이유는 바람의 속성 자체가 '이동'에 있기도 하고, 인류가 지구에서 생존하기에 꼭 필요한 요소이면서 산뜻함, 가벼움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 차량을 생산하는 폭스바겐은 특정 계층을 위한 차량보다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 가능한 차량을 만들면서 성장했다. 폭스바겐이라는 이름 자체가 'Volk(국민)'와 'Wagen(차)'의 단어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국민차'라는 호칭을 얻으며 성장한 골프는 1974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35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8세대 골프는 독일에서 다시 한번 소형차의 역사를 새로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소형차 시장을 개척한 골프는 약 7년 만에 8세대로 완전 변경을 거쳤다. 8세대 골프는 '완전한 디지털화, 연결성 그리고 직관적 운영'이라는 키워드를 내걸며 기능적인 측면에서 대폭 변화를 예고했다.
8세대 골프는 이달 독일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국내 판매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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