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이미아 기자) 북한이 이른바 ‘연말 시한’을 앞두고 이틀 연속 미국 시간에 맞춰 ‘심야 담화’를 내는 이유가 대미 압박뿐만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내부 충성 경쟁일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북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데 대한 김정은의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최근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지난 5일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 다시 대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늙다리’는 2017년 9월 김정은이 자신의 명의로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위협했을 때 등장한 단어다.
최선희의 담화 전날엔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해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았다. 북한에서 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이 직접 담화문을 낸 건 처음이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서 외무성부터 군 수뇌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한꺼번에 나서 담화나 공식 발언을 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김정은의 분노와 초조함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북한 전문가도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를 다독이기 위한 고위급 인사들의 충성 경쟁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소로 유명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국 CNN은 5일(현지시간) 상업용 위성정보기업 플래닛랩스가 이날 촬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위성사진에서 대형 화물용 컨테이너가 새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EANP) 소장은 “ 엔진 시험이 미사일이나 위성 시험과 같은 수준의 도발행위는 아니지만 활동 재개 자체가 중대한 변화”라며 “미사일 발사의 전 단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끝)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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