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 전쟁'…프랑스, 다시 멈췄다

입력 2019-12-06 15:35   수정 2020-03-05 00:02


프랑스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유류세 인상이 계기가 됐던 ‘노란조끼 시위’ 이후 1년 만에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도 열렸다. 노동개혁과 철도개혁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 폐기를 요구하는 총파업이 이틀 연속 이어졌다. 주요 노동·직능단체 소속 근로자 150만여 명이 파업과 시위에 들어갔다. 교통부문 노조와 교사, 경찰, 환경미화원, 항공사 등 공공·민간부문 근로자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 프랑스 전역이 마비됐다. 지난 5일 오후 파리 시내에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도 있었다.

프랑스 고속철도(TGV)와 지역 간선철도의 90%가량이 운행을 멈췄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 16개 가운데 11개가 운행을 중단했다. 에어프랑스는 국내선 운항의 30%가 취소됐다. 학교 대부분은 휴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이 이번 총파업의 불씨다. 연금개혁은 42개 직군별로 나눠 운영하던 프랑스의 복잡한 퇴직연금 제도를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프랑스의 공식 정년은 62세지만 철도부문 공공 근로자는 52세부터 연금을 받는 등 직종마다 천차만별이다. 마크롱 정부는 오는 12일 구체적인 연금개혁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프랑스 노동단체들은 정부가 연금개혁을 멈출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퇴직연금이 통합하면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연금이 이르면 52세부터 나오고 수령액은 급여의 70%에 이른다. 프랑스의 연금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노동·철도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임기를 연금개혁에 주력하는 이유다. 2017년 9월 개정된 노동법은 해고와 고용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 명을 줄이는 국영철도(SNCF) 개편안도 작년 6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엔 노동단체들의 반발이 컸지만 이후 경제지표가 개선됐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직후 23%였던 청년 실업률은 올 7월 19%로 떨어졌고, 일자리는 총 36만7000개 늘어났다.

그러나 연금개혁은 더 어려운 과제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1995년 연금개혁을 밀어붙였지만 노동계의 전면파업으로 3주 만에 포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년 전 노란조끼 시위 때도 결국 굴복했다. 마크롱 정부는 시위 한 달 만에 유류세 인상안을 철회하고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유지 등 시위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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