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 0.90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서울시 평균인 0.76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사진)은 지난 2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신혼부부는 주거지를 고를 때 ‘걱정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본다”며 “젊은 층에 주거 환경의 핵심은 어린이집”이라고 설명했다. 성동구에 있는 구립어린이집은 78개다. 정 구청장은 현재 58%인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내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아이를 한 명씩 낳는 상황에서 신혼부부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에 자신들의 아이를 맡기려 한다”며 “사고 시 책임질 수 있는 구립어린이집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출산율이 높은 성동구에서는 구립어린이집 수요가 많아 어린이집을 더 늘리게 되고, 신혼부부는 어린이집이 잘 갖춰진 성동구로 오는 ‘선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기부채납 방식으로 한 곳당 3억원을 들여 구립어린이집을 계속 늘리고 있다. 정 구청장은 “공동주택과 종교시설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덕에 사업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어린이집의 질적 개선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동구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모여 운영시스템을 개선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보조교사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협의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성동구는 현재 179개소의 관내 어린이집에 총 183명의 보조교사를 4시간 동안 지원하고 있다. 179개소 중 62개소에는 63명의 보조교사가 두 시간 연장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인건비도 지원하고 있다. 비교적 열악한 민간 어린이집 담임교사에게는 월 1회 15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지급하고, 국공립어린이집 담임교사에게는 시간외수당으로 월 3만원을 주고 있다. 정 구청장은 “교사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어야 아이들에게도 더 나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첫째를 낳을 경우에도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데 대해 “출산장려금 자체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린이집이 우선순위라는 원칙을 밀고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출산장려금을 10만원 준다고 그 지역으로 이사하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질좋은 어린이집이 많은 동네로 이사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도 둘째,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출산축하금으로 10만원, 20만원을 주고 있지만 출산을 장려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으로 출산장려금을 주는 정책도 경쟁이나 갈등의 계기가 되면 안 되니 지자체 차원에서 모여 논의를 통해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출산장려금 지원에 대해 지자체 간 경쟁이 심해지지 않도록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구청장의 지적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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