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람코의 힘

입력 2019-12-06 17:58   수정 2019-12-07 00:11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미국 자본으로 세워졌다. 1933년 원유 채굴권을 얻은 캘리포니아스탠더드오일(현 셰브런)이 사우디 동부 다란에서 첫 유전을 발견한 것은 5년 뒤인 1938년. 이때 설립한 회사가 ‘아라비안-아메리칸 오일컴퍼니’, 아람코(Aramco)다. 사우디 정부는 미국 4대 메이저 정유사가 보유한 아람코 지분을 사들여 1980년 완전 국영화했다. 사우디 정부와 왕실 수입의 최대 원천인 아람코의 ‘어둠의 경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1일 사우디 증권시장 ‘타다울’에 상장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1조7000억달러(약 2025조원)로 평가됐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기대한 2조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애플(1조1790억달러)을 누르고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이번에 지분 1.5%를 상장해 256억달러(약 30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왕실의 곳간을 채우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세기의 상장’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 4월 아람코가 채권 발행을 위해 86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실적을 공개하자 세계는 깜짝 놀랐다. 지난해 순이익이 1111억달러로 애플(595억달러)과 구글(307억달러), 엑슨모빌(208억달러)의 순이익을 합친 것과 맞먹었기 때문이다.

아람코의 상장이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람코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 종목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에는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람코 상장이 빈 살만 왕세자의 ‘탈(脫)석유’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사막지대에 복합엔터테인먼트 도시를 건설하는 ‘키디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가 ‘시아파 맹주’ 이란과 중동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상황에서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한 기업의 상장이 가져올 파장이 이처럼 큰 것을 보면 사우디의 국부 그 자체인 아람코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양준영 논설위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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