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中·日 첨단산업 협력 파장 대비해야

입력 2019-12-08 17:26   수정 2019-12-09 00:16

일본과 중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두 가지 뉴스가 주목된다. 하나는 중국 유수의 테크놀로지 기업인 화웨이가 지난달 21일 밝힌 내용으로, 이 기업은 올해 일본 기업으로부터의 부품 조달 금액이 전년 대비 50% 늘어 1조1000억엔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아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일본의 마지막 D램 반도체 사업자였던 엘피다메모리를 이끌고 한국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한 적이 있는 저명한 경영자 사카모토 유키오가 중국의 대형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쯔광·紫光)그룹의 수석부사장에 취임했다는 소식이다. 칭화유니그룹은 낸드 플래시메모리 양산을 추진해왔지만 새롭게 D램 사업부도 설립한 중국의 국유기업이다. 사카모토는 일본에서 반도체 설계자를 100명 정도 모집해 D램을 설계하고 양산하는 임무를 맡았다.

중·일 양국 간 이런 협력은 2014년 영토 문제로 야기됐던 경제 마찰을 극복하고 정부 차원의 각종 경제 협력과 함께 첨단기술 협력체제가 강화됨으로써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기술 및 지식재산권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하는 ‘중·일 이노베이션 협력대화’ 창설에 합의하고 지난 4월 첫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양국 정부는 전기자동차용 급속충전기의 차세대 규격 통일, 수소연료에 관한 규제 완화 방향, 스마트시티 개발에서 데이터 등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기술에 관한 포럼을 열고 양국 기술 협력을 심화하는 데 주력했는데, 여기에는 도요타 등 양국 자동차 기업이 참가해 첨단기술 성과를 공유했다.

이 같은 중·일 첨단산업 협력 강화는 한국의 아성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 등에서 중국의 추격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억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장비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2011년만 해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금액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미국을 능가했다. 정부의 계획과 민간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의 창의를 활용하는 중국의 전략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은 디지털 분야와 신에너지산업 등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자동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BYD 등 중국 기업이 이미 1~5위를 독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이노베이션 능력 측면에서 세계 최강으로 도약했다고도 할 수 있어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에 대항하면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규제가 심해진 반도체 분야 등에서도 국산화 전략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한국 산업에 대한 위협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영향도 겹쳐져 우려된다. 그동안 한·일 간에는 제품 개발과 양산을 위해 협력하고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당 품목의 기술 및 생산 라인을 점차적으로 이전하는 등 글로벌한 차원에서 협력 관계를 고도화해왔다. 중·일 산업 협력이 강화되면 이런 흐름이 막히게 되고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도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국이 점차 중국으로부터 기술이나 사업을 이전받아야 할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일제 부품 국산화에 주력하면서도 일본 기업과의 기술 협력, 차세대 제품 개발 협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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