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전설' U2, 분단의 땅에서 'One'을 노래하다

입력 2019-12-09 03:04   수정 2019-12-09 03:05

“The battle’s just begun. Wipe the tears from your eyes. Sunday, Bloody Sunday.(이제 막 전투가 시작됐다. 눈에서 눈물을 닦아라. 일요일, 피의 일요일.)”


40여 년간 반전과 평화를 노래해온 그룹다웠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그룹 U2가 8일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에서 부른 첫 번째 노래는 ‘Sunday, Bloody Sunday(일요일, 피의 일요일)’였다. 1972년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 사건의 희생자를 위로하고, 평화를 예찬한 곡이다. U2는 강렬하고 숨막히는 비트와 호소력 짙은 사운드로 평화를 노래했다.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의 ‘더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공연은 12월의 매서운 칼바람을 날려버렸다.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인 보노가 “우리가 한국에 왔어요. 이제부터 우리 음악 시작할게요”라고 말하며 첫 곡을 시작하자 고척돔을 가득 메운 관객 2만8000여 명의 함성이 쏟아졌다. 이어 ‘I will follow’ ‘New year’s Day’ ‘Pride’ 등 격정적인 노래 네 곡을 숨가쁘게 이어갔다.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U2는 보노(보컬·리듬 기타)와 디 에지(리드 기타·키보드), 애덤 클레이턴(베이스 기타), 래리 멀린 주니어( 드럼·퍼커션) 등 원년 멤버 네 명이 지금까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선 그들에게 첫 그래미상을 안긴 대표작이자 당시 반전과 평화라는 시대정신을 대변한 명반 ‘조슈아 트리’ 수록곡 11곡을 포함한 히트곡 25곡을 열창했다. 이들은 뻔한 멘트보다 익숙한 노래로 반가움을 전했고,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특히 국내 팬들에게 유명한 ‘With or Without You’를 부를 때는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떼창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압권은 시·청각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메시지였다. 관중을 압도하는 보노의 목소리 속 청각 메시지는 가로 61m, 세로 14m 크기의 8K 해상도 LED 스크린을 통해 던지는 시각 메시지와 합쳐졌다. 반전 노래 ‘Bullet the Blue Sky’를 열창할 때 화면엔 성조기 앞에서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사람들이 슬픈 얼굴로 군용 철모를 쓰며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했다.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의미를 담은 ‘Ultra Violet’을 부를 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얼마 전 사망한 설리, 프로파일러 이수정 교수 등의 사진이 스크린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스크린에 나왔다.

마지막 곡은 공존을 노래하는 ‘One’이었다. 이 곡은 U2가 베를린 장벽 붕괴 등 독일 통일 과정을 지켜보며 만든 노래로 다양성과 세계적 연대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43년 만에 한국 팬들과도 하나가 됐음을, 우린 각기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길을 걷고 있었음을 온몸으로 깨닫게 하는 절창이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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