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 벨라루스와 러시아 정부가 양국의 국가 통합을 논의한 사실이 전해지자 벨라루스 국민들은 크림반도처럼 주권을 잃을 것을 우려하며 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소치에서 국가 통합 강화 문제를 중심으로 한 확대 및 단독 회담을 비롯해 5시간30분동안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러시아 총리와 루마스 벨라루스 총리 등도 함께했다.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수출하는 석유과 가스 가격이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이 통합 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벨라루스의 에너지 도입 가격이 러시아 기업의 에너지 구매 가격과 같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레슈킨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석유·가스 문제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 양측의 입장이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양국은 약 2주간의 실무 조율을 거친 후 12월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만나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벨라루스 국민들은 통합 반대 시위를 열었다. 그러면서 자칫 주권을 잃고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벨라루스 야권 지지자들은 12월7일부터 이틀 동안 러시아와의 국가 통합에 반대하며 수도 민스크 시내로 나섰다. 7일에는 약 1000명, 8일에는 수백 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위대는 러시아와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군하고, 국가 통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수도 민스크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1994년부터 장기 집권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국민의 의견 없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에서 러시아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해있다. 과거부터 벨라루스는 주변의 폴란드,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 강대국들에게 주권을 빼앗긴 역사가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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