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PEF의 밸류업 사례탐구]11.토종 사모펀드 최대 ‘엑시트’ 이뤄낸 IMM PE

입력 2019-12-09 16:22   수정 2019-12-09 20:05

≪이 기사는 12월04일(04: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4년 1월의 어느 토요일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 대표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강원도의 한 콘도 회의실에 모였다.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휴대폰까지 반납한 이들의 목표는 ‘올해 IMM의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것. 매년 초 회사의 투자 방향성 설정을 위한 ‘인베스트먼트 컨센서스 미팅’(이하 ICM)은 송 대표에서부터 주니어 심사역까지 각자가 준비한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다.

하루를 꼬박 새우는 토론 끝에 이들은 중점 투자 분야 중 하나로 ‘내수시장 과점기업’을 선정했다. ”내수 시장을 확실히 잡고 있는 기업이지만 경영 개선의 여지가 있는 전통 산업에서 밸류 애드에 성공한다면 향후 과점 체제에서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 모두의 눈길을 끌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었다. 1년 후 IMM PE는 40년 업력의 국내 1위 골판지제조업체 태림포장공업(이하 태림포장)을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9월 국내 중견 의류기업 세아상역은 태림포장을 IMM PE로부터 약 73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의 대형 제지업체 샤닝페이퍼와 글로벌 대형 투자사인 베인캐피탈, 글로벌 사모펀드인 텍사스퍼시틱그룹(TPG)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다. IMM PE는 투자 4년 만에 기업가치를 2배 이상으로 늘리며 소위 투자 ‘대박’을 터뜨렸다. 토종 바이아웃 사모펀드의 ‘엑시트’ 사례로는 역대 최대 사례다. 1976년 설립된 오래된 골판지 회사가 몇 년만에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1년에 걸친 설득 끝에 인수 성공

2014년 ICM 이후 몇 달이 지나 내수 시장 과점 산업에 대한 스터디를 이어가던 IMM에 태림포장이라는 이름이 들려왔다. 골판지란 택배 상자나 라면 박스 등 포장재에 사용되는 종이를 말한다. 표면지와 이면지 사이에 물결 모양 골이 있는 골심지를 넣어 만든다. 골판지 업체는 표면지, 이면지, 골심지 등을 만드는 원지 제조회사와 이 세 종이를 결합해 상자를 만드는 회사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총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태림포장은 원지와 포장 시장에서 각각 20% 안팎의 점유율을 보유하는 업계 1~2위권 업체였다. 이런 회사가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창업주가 매각을 고민 중이란 소식이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IMM 경영진은 태림포장 창업주인 정동섭 회장을 찾았다. 하지만 마음만큼 설득은 쉽지 않았다. 40년 간 길러온 회사를 사모펀드에 판다는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던 것. 인수 조건을 둔 줄다리기는 만 1년을 끌었다. 결국 2015년 5월 IMM PE를 태림포장과 관계사인 태림페이퍼의 경영권 지분(각각 58.9%, 52.2%)을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2014년 말 기준 태림포장의 매출액은 6265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93억원에 달했다.

당시 인수를 주도한 김영호 IMM PE 수석부사장은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으로 택배 수요가 늘면서 오래된 산업인 골판지업의 성장성이 높아지고 있었다“며 ”더군다나 태림포장은 과점기업이니 정확히 우리가 찾는 매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여러 중소업체를 합쳐 성장한 회사였던지라 실제 운영에 개선점이 많아 보였다“며 ”우리가 경영 시스템만 선진화시켜도 추가적인 실적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현장에서의 반년...공장 합치고 붙이고

인수를 마무리하자마자 IMM PE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투자를 집행한 운용인력들을 태림포장에 파견한 것이었다. 손동한 전무(현 IMM PE부사장)와 김유진 이사(현 할리스 대표)가 그 책임을 맡았다. 인수 과정에서 실사를 담당했던 오퍼레이션 전문 컨설팅 업체 룩센트도 이들과 함께 회사에 상주했다. 아무리 오래 실사를 했어도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재무 전문가인 사모펀드 운용역이 인수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킬 요인을 뽑아낼 수 없다는 철학에서였다.

반 년에 걸친 분석을 통해 △원지와 포장으로의 사업 재편 △공장별 최적화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이란 과제가 도출됐다. 인수 당시 태림포장은 태림포장을 비롯해 태림페이퍼,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등 계열사들에 원지와 포장 공장 13개가 혼재돼 있었다. 경영 역시 독립채산제로 이뤄져 원료 구매 라인 역시 제각각이었다. 태림포장 자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중소업체들을 인수합병(M&A)해 만든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가장 먼저 혼재된 사업 구조를 골판지용 종이를 생산하는 원지와 이를 상자 등 제품으로 만드는 포장으로 재편했다. 태림페이퍼와 월산페이퍼에 있는 골판지 포장 공장을 포장 전문사인 태림포장으로 옮겨 일원화했다. 여기에 2017년 4월 평택에 공장을 갖고 있는 동광판지(현 태림판지) 인수를 통해 그 전까지 판매망이 부실했던 충청도와 전라도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3개 계열사가 4개 원지공장을, 2개 계열사가 9개 포장공장을 운영하는 현재 시스템이 이 때 만들어졌다.

사업부가 정리되면서 원료 구매나 영업 등 운영 시스템도 자연히 일원화됐다. 김 부사장은 “기존 체제에선 공장마다 구매 라인을 따로 운영하다보니 영업사원들이 제대로 된 원가를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구매 라인을 일원화시키니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원가를 절감해 비용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 공장이 시점별 수요에 따라 다양한 원지를 생산하던 시스템도 개편이 이뤄졌다. 이 역시 공장별로 제각각 고객을 관리하던 독립채산제의 유산이었다. IMM은 한 공장이 한 개의 제품만을 특화 생산하도록 체제를 바꿨다. 물류비가 다소 증가하더라도 실보단 득이 크다는 판단은 적중했다. 생산 품목을 바꿀 때마다 기계 세팅을 바꾸기 위해 하루이틀씩 공장을 세우던 비효율이 제거되면서 공장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우려했던 물류비 증가 역시 최적화가 이뤄졌다.

구조개편의 효과는 택배 수요 증가, 중국의 폐지 수입 금지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과 결합해 빠르게 나타났다. 2014년 6265억원이었던 태림포장의 매출액은 2018년 1조 1496억원으로 83.5% 증가했다. 충청도와 전라도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투명해진 원가 구조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확대를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해진 덕이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2015년 406억원에서 2018년 1643억원으로 크게 높아졌다. 인수 당시만 해도 1~2%를 맴돌았던 골판지 업계의 이익률이 10% 안팎으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업계 최고의 실적이었다.

◆메가 딜 바이아웃 펀드로 거듭난 IMM...2조원 펀드 조성까지

높은 실적이 이어지면서 IMM은 2019년을 태림포장 엑시트의 해로 정했다.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고 추가적 밸류업을 위해선 해외진출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미국과 중국의 제지회사 10여 곳이 관심을 보였다. 최종 승자는 세아상역이었다. 매각가는 약 7300억원으로 지분율을 감안하면 총영업가치 1조원을 인정 받은 셈이다. 인수금융(1200억원)을 제외한 투자원금은 2800억원 가량. 이후 배당금을 통해 회수한 7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원금의 2배에 가까운 투자실적을 기록했다.

태림포장 매각 성공으로 IMM PE는 명실상부한 대규모 바이아웃 투자 사모펀드로 거듭나게 됐다. 토종 1세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IMM PE는 운용자산이 5조원에 육박하지만 그동안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Mezzanine) 투자 회수 실적이 대부분이었다. 2017년 첫 바이아웃 투자 회수 사례였던 캐프는 매각 대금이 1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전까지 국내에서 활동한 사모펀드 중에서 매각대금이 5000억원이 넘는 회수 사례를 기록한 사모펀드는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VIG파트너스의 전신),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등 소수에 불과했다. 소위 바이아웃 투자 이후 ‘메가 딜’로 회수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사모펀드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김 부사장은 “환경적인 요인도 작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기업가치 상승의 원천이 EBITDA 성장에 있었다는 점을 확인한 게 이번 매각 성공의 가장 큰 의미”라며 “투자 기업 밸류업에 대한 IMM의 철학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태림포장 거래는 2020년 1월 자금 정산을 완료하고 마무리될 예정이다.

IMM PE는 내년 2월 마감을 목표로 네 번째 블라인드펀드인 ‘아이엠엠로즈골드4호’의 출자자를 모집 중이다. 4호 펀드는 당초 목표치인 1조 8000억원을 넘어 2조원 펀드 결성이 기대되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