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부딪치는 미·북
미·북 협상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과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후 파국 일보 직전이다. 미국은 추가 협상을 요구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 통첩성 경고와 이에 대한 북한의 맞대응은 심상찮은 미·북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는 조선(북한)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으며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트럼프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이날 담화를 발표하고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 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국무위원장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 협상’ 여지 남겨둬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ICBM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최대 외교 치적의 하나로 꼽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ICBM 발사와 핵실험 재개는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금지선)’이다. 북한이 이 선을 넘으면 트럼프 대통령도 좌시하기가 어렵다. 내년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데다 탄핵정국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북핵 협상에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까지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 미 CBS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한 비핵화 약속과 다른 길을 간다면 “미국은 많은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북한은 김정은의 리더십 아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문은 계속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가 이달 중순 한국을 방문하는 것 역시 북한과의 협상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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