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가 77세에 완성한 ‘눈보라’는 날씨를 새로운 심미안으로 바라본 걸작이다. 눈발이 휘몰아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증기선 한 척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거센 폭풍과 파도가 곧 배를 집어삼킬 것 같은 급박한 상황을 거칠고 재빠른 붓질로 생생하게 전해준다. 터너는 당시 네 시간 동안 돛대에 몸을 묶은 채 거친 파도를 직접 체험한 뒤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과 파도, 휘몰아치는 비바람, 위태로운 배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소용돌이 구도’를 사용했다.
사실적인 풍경화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형태가 불분명한 ‘눈보라’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미술계는 ‘비누거품과 회반죽 덩어리’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은 “바다의 움직임, 안개, 빛이 지금까지 캔버스에 그려진 것 중 가장 장엄하다”고 이 그림을 극찬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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