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관광객의 76%가 중국 본토에서 방문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홍콩 시위에 따른 반중(反中) 감정 격화 등으로 당분간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매업 상장 기업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현재 홍콩의 소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황금, 보석 등 주얼리 유통업체인 ‘주대복(Chow Tai Fook)’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홍콩·마카오 지역의 동일 점포당 매출이 전년 대비 38.4% 감소했다. 전체의 40%를 차지했던 홍콩·마카오 매출 비중도 내년에는 3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영업이익 기여도도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중국 본토 매출은 여전히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충격을 다소 완화해주고 있다.
화장품유통 체인업체인 ‘사사(Sa Sa)’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6개월 동안 매출 급감과 함께 영업이익률이 크게 악화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홍콩 지역 매장의 경우 최근 분기 동일 점포당 매출은 전년 대비 39% 줄었고, 회사는 향후 1년간 홍콩지역에서만 30개 점포를 폐쇄할 계획이다. 회사는 또 최근 6년간 적자를 낸 싱가포르 사업도 철수하기로 하고 22개 매장도 전부 폐쇄할 방침이다. 회사 주가는 연초 이후 40% 이상 폭락했으며 배당금 감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올해 고점 대비 6% 가까이 절하되면서 본토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약화된 점도 소매업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소매업 부진으로 해고가 늘면서 실업률이 3.1%로 오르는 등 고용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소매업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 이 같은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아직 바닥을 단언하기에 이르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중국 정부의 관광 비자 규제 완화 등 부양책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2020년 9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있어 시위대와 행정부 간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당분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매업 불황이 부동산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홍콩 부동산업체들의 임대수익 중 상가 매출과 연동되는 비중은 20% 미만이다. 게다가 주요 부동산 기업은 주택개발 사업 비중이 임대 사업보다 훨씬 큰 편이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현재의 토지 공급 부족 사태가 향후 수년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부동산 가격도 계속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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