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이 '70m 질주 원더골'을 터뜨리자 무지개 주장 완장을 찬 헤리 케인이 다가와 손흥민을 얼싸 안았다. LED 전광판엔 무지개 색의 글씨로 골을 넣은 'SON'이라는 글자가 기록됐다. 손흥민이 역대급 골을 넣은 기쁨을 만끽한 선수들은 다시 자신들의 포지션으로 돌아와 무지개 신발끈을 질끈 묶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 16라운드 경기들은 기존의 경기들과는 무언가 달랐다. 이 기간 경기를 펼친 프리키어리그 경기는 주장 완장을 비롯해 LED보드, 교체 번호판, 경기장 깃발 등 경기장이 온통 무지개 색으로 물들어서다.
이처럼 경기장을 무지개 색으로 꾸미는 이유는 프리미어리그의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로 불리는 성소수자를 위한 '레인보우 레이스' 때문이다. 이 캠페인은 EPL에서는 지난 2013년에 처음으로 시행돼 매년 이맘때쯤 행해진다. 이번 시즌은 이 캠페인이 시작된 지 7주년이 되는 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지난달 26일 "12월3일부터 9일 사이에 열리는 경기들에서 '레인보우 레이스' 캠페인에 참여한다. 축구계 그리고 그 이상의 'LGBT'들에게 지지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사무국은 "축구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힘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환영받는다고 느낄 때, 각 구단과 공동체가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평등과 다양성을 지지하는 스톤월 항쟁에 자랑스럽게 함께할 의사를 밝힌 이유"라고 덧붙였다.
'레인보우 레이스' 캠페인은 영국의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스톤월이 주관한다. "스포츠를 (차별없는) 모두의 게임으로(Make sport everyone's game)!"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알 수 있듯 스톤월은 스포츠계에서 LGBT 인권을 신장시켜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톤월이 EPL을 LGBT 인권 운동의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은 스포츠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 그 중에서도 축구가 갖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실제로 경기가 펼쳐지는 축구장에서 인종 및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은 너무나도 공공연하게 발생한다.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객석에서 동성애 혐오 내용을 담아 만든 노래가 울려 퍼지는건 다반사여서 사례를 일일히 꼽기 힘들 정도다. 때로는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끼리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성소수자 혐오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레인보우 캠페인이 펼쳐진 16라운드 번리전마저도 객석에서는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BBC에 따르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을 담은 제스처를 보였다. 팬이 한 인종차별 행위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를 확인한 토트넘 구단은 팬과 후견인을 즉시 관중석에서 퇴장시켰다"라며 "해당 팬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향후 차별에 반대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하는 등의 처분을 받을 것"라고 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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