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예산에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에 빠질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해 ‘2020년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클래식 공연’을 유형종, 류태형, 송현민 등 세 명의 음악평론가에게 들어봤다.
한국 처음 찾는 쿠렌치스·넬슨스
세 평론가가 공통으로 꼽은 음악회는 ‘클래식의 구원자’를 자처하는 테오도르 쿠렌치스(47)의 첫 내한공연이다. 쿠렌치스는 극적인 표현과 도발적인 해석으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지휘자다. 그는 자신의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와 함께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4월 7일 베토벤 교향곡 7번, 8일엔 교향곡 5번 ‘운명’을 들려줄 예정이다. 양일 모두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유형종 평론가는 “쿠렌치스는 21세기 가장 ‘핫한’ 괴짜 지휘자”라며 “그는 남서독일방송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기도 하지만 독일 전통 악단보다는 자신이 창단한 무지카 에테르나가 그의 독특한 성향을 더 공격적으로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형 평론가는 “‘악성’ 베토벤의 해를 현재의 ‘악동’이 기념하는 무대”라며 “파격의 파트너 코파친스카야가 동행해 클래식 음악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1881년 창단한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도 복수의 평론가가 선택했다. 2020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에서 지휘봉을 잡는, 이 악단의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슨스(41) 지휘로 더 기대를 모은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2월 6일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4번과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7일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을 들려준다. 유 평론가는 “보스턴심포니는 미국에서 유럽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악단”이라며 “얼마 전 타계한 마리스 얀손스의 총애를 받고 성장한 넬슨스는 선배의 성과를 상속할 가능성이 큰 대가급 지휘자”라고 말했다. 류 평론가도 “이틀간 다양한 레퍼토리의 성찬이 펼쳐진다”며 “올해 빈필하모닉과의 내한공연에서 놀라운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의 협연만으로도 놓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포고렐리치·에스메 콰르텟도 주목
내년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는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66)의 연주도 관심 대상이다. 벤스케는 2003년부터 음악감독을 맡아온 미네소타오케스트라와 6월 24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준다. 내년 2월 14일 서울시향 취임 연주회에서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지휘한다. 송현민 평론가는 “한누 린투, 유카페카 사라스테 등 핀란드 출신 지휘자가 시벨리우스를 연주해 실패한 적이 없다”며 “국내에선 아직 생소할 수 있는 북유럽 문화와 시벨리우스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만나는 첫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론가들은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61)와 머레이 페라이어(72)의 공연도 주목했다. 15년 만에 한국을 찾는 포고렐리치는 2월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한다. 포고렐리치는 1980년 쇼팽 콩쿠르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도 당시 우승자였던 당 타이 손보다 유명해졌다. 그의 탈락에 항의해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심사위원 사퇴를 선언해서다. 송현민 평론가는 “‘비극적인 천재의 귀환’이란 타이틀이 어울릴 것 같다”며 “파격적이고 독특한 해석 때문에 평단에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매력적인 연주자”라고 말했다. 올해 건강상 이유로 아시아 투어를 취소했던 ‘피아노의 거장’ 페라이어는 영국 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마틴 인 더 필즈(ASMF)’와 함께 6월 7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유 평론가는 한국 실내악의 떠오르는 신예 현악4중주단 에스메 콰르텟의 공연도 언급했다. 배원희·하유나(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으로 구성된 에스메 콰르텟은 2016년 결성한 뒤 지난해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유럽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 평론가는 “올해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 초청돼 한국 실내악단 최초로 데뷔 콘서트를 연 실력파”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6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만과 슈베르트, 진은숙의 현악 4중주를 연주한다. 아시아 투어의 피날레 무대이자 공식적인 한국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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