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도약 앞둔 직방·리디…그 뒤에 벤처캐피털 투자 있었다

입력 2019-12-11 15:50   수정 2019-12-11 15:51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직방의 온라인 서비스가 2012년 처음 선보였을 때 시장에선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당시만 해도 목돈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는 오프라인 중개업자를 끼고 거래해야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하지만 설립 7년 만에 직방은 국내 최대 부동산 정보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6월까지 앱(응용프로그램) 누적 다운로드는 2700만 건, 회원 부동산 공인중개소는 3만 개를 넘어섰다.

직방의 이런 성장은 국내 벤처캐피털(VC)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직방은 VC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호갱노노, 우주, 슈가힐 등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회사 규모도 키울 수 있었다. VC는 2013년 10억원을 시작으로 직방에 수차례 자금을 지원했다. 올해는 기업가치를 7000억원으로 평가하며 1600억원을 투자했다. 그동안 직방에 투자한 국내 VC는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유안타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이다. 해외에서도 골드만삭스 PIA가 투자에 동참했다. VC의 지원으로 직방은 이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급증한 벤처투자 자금


올해 벤처투자 자금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사다리펀드),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출자기관과 국내 VC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 올 상반기까지 VC에서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826개로 지난해 상반기(721개) 대비 16.3% 증가했다.

특히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정부 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벤처투자가 급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유망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할 VC를 선발해 자금을 출자해준다. 모태펀드는 올해 10월 말 기준 1152개 기업에 2조5001억원을 투자했다. 운용 중인 출자펀드는 541개, 운용자산은 19조3222억원에 달한다. 2005년 출범 이후 외부 출자금을 포함해 23조8821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유니콘 도약 서포터스’로 나선 VC업계


올해 벤처투자는 초기보다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됐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외형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부 기관들이 차세대 유니콘 기업을 선정해 투자금을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창업 후 3년 이상 7년 이하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2017년 28%에서 올해 6월 기준 41%로 증가(크레디트스위스의 ‘한국의 유니콘과 스타트업’ 보고서)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창업 후 최대 3년까지) 투자 비중(30%)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런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VC들의 스케일업 지원을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2년 전 2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11개가 됐다. 정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 목록에도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올려져 있다.

국내 최초로 전자책 서비스 리디북스를 선보인 리디가 대표적이다. 리디는 최근 모태펀드 자금을 받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5개 VC에서 3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로 5500억원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번 투자를 포함해 리디는 2009년 창업 이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665억원을 VC에서 투자받았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한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 프로그램’ 대상 기업으로도 선정돼 100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핀테크 플랫폼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도 VC들이 스케일업을 지원해 성공한 케이스다. 레이니스트는 지난 8월 인터베스트, 고릴라PE,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 11곳의 VC에서 450억원을 투자받아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레이니스트가 개인 대상 통합 금융 솔루션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VC들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VC업계에서는 “레이니스트가 2~3년 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

일정 성장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을 고심한다.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다. 해외시장에 진출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만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 뷰티 스타트업인 지피클럽과 엘엔피코스매틱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것도 K뷰티 바람을 적극 활용해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다.

국내 스타트업은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베트남 현지 업체를 인수해 음식 및 음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무브도 올해 베트남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대만, 태국까지 진출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기상어, 핑크퐁으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도 최근 동남아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동안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글로벌 VC에 많이 의존했다. 많은 국내 스타트업은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르기 직전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VC 자금을 받아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 한국벤처투자 등 정책 기관과 국내 VC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스타트업 기업설명회(IR) 행사를 열어 국내 스타트업과 현지 VC들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준다. 국내 VC들은 투자한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공장 설립 인허가 획득, 판로 개척, 현지 마케팅 전략 수립 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해외 진출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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