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도 박항서 감독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끝까지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박항서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기도 했다. '레드카드에 개의치 않는'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에 힘입어 베트남은 60년 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동남아시아(SEA) 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복병'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조별리그 경기서 인도네시아에 2-1 승리를 거둔 바 있는 베트남은 결승전에서 또다시 상대를 제압했다.
이날 경기선 수비수 도안 반 하우(헤렌벤)의 맹활약이 눈에 띄었다. 전반 38분 코너킥을 강력한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득점한 도안 반 하우는 후반 28분 팀의 쐐기골을 기록했다. 베트남은 후반 14분 주장 도훙중의 득점까지 포함해 베트남은 3-0으로 인도네시아를 몰아붙였다.
경기가 막바지에 들어가면서 베트남은 완전히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런데도 박항서 감독은 벤치에 앉지 않아 있지 않았다. 쉼 없이 선수들에게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라고 지시했다.
그러던 후반 32분 인도네시아의 거친 플레이에 박항서 감독은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심은 그대로 퇴장 명령을 내렸고 박항서 감독은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승리가 확실했던 상황이었지만 불필요한 퇴장은 아니었다. 박항서 감독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비신사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하더라도, 베트남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해 경기를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었기에 이같은 행동을 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베트남 우승을 위해 레드카드까지 받은 박 감독에게 현지 언론은 박수를 보냈다. 베트남 언론 'Zing'은 "박항서 감독은 심판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불만을 드러낸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면서 "박 감독은 베트남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많은 베트남 팬들을 축구에 열광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에 힘입어 베트남 축구는 6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 베트남은 1959년 첫 대회에서 월남(South Vietnam)이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당시는 남북 베트남이 통일되기 전 상황이라 통일된 베트남에 이번 우승은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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