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에 팔아요"…맘카페서 반려견 불법거래

입력 2019-12-11 13:49   수정 2019-12-12 00:29

온라인 나눔카페와 중고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불법 거래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 상당수 판매자가 ‘책임비’ 명목으로 가격을 붙여 반려동물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것. 소비자는 구입한 반려동물의 질병 등으로 피해를 봐도 별다른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 신고 없이 ‘꼼수’ 영업

지난달 한 온라인 나눔카페에서 김모씨(34)는 책임비 20만원을 내고 반려견을 분양받았다. 하지만 김씨가 분양받은 반려견은 다음날부터 설사를 계속했다. 반려견이 동물병원에서 바이러스성 장염 판정을 받자 김씨는 판매자에게 “질병 여부를 알리지 않은 불공정 거래”라고 따졌지만 판매자는 “환불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는 판매자와의 분쟁 해결을 위해 변호사 선임도 고려하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맘카페, 나눔카페 등에서 ‘강아지 분양’을 검색하면 “책임비를 받고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지난달에만 100건 넘게 나온다. 책임비는 반려동물을 책임감 있게 키울 수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명목으로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받는 돈이다. 책임비 금액은 5만~50만원가량으로 게시글마다 제각각이다. ‘책임 분양’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반려동물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영업 신고 없이 동물을 파는 행위를 막고 있다. 동물 판매 영업을 하려는 자는 ‘동물판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영업 목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온라인 판매자가 영업 목적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입양을 도왔다고 주장하면 실제 경찰 수사 없이는 불법 영업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동물판매업계 관계자는 “일부 판매자가 수십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면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러 온라인 계정을 사용해 영업한다”며 “소비자가 불법 영업으로 신고하더라도 법원에 가야 불법 여부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기견 입양으로 수익 노려”

분양받은 동물에게 질병이 있어도 피해를 구제받기는 어렵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판매자가 연락을 끊는 등 잠적하면 분쟁을 해결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사업자에게 연락해 분쟁해결 기준을 고시하고 업체가 등록된 지방자치단체에 위법 사실이 있으면 통보한다”며 “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으면 주소지나 연락처가 남지 않아 분쟁 해결을 돕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소비자가 경찰 신고를 통해 직접 분쟁 해결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 불법 판매가 문제로 지적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연간 판매금액이 15만원을 넘는 경우 동물판매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9월 입법예고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 시행규칙이 이르면 내년 1월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 관계자는 “(새 시행규칙이 시행되더라도) 반려동물의 온라인 불법 판매가 근절되진 않을 것”이라며 “판매가 아니라 유기견을 입양 보낸다는 명목으로 책임비를 붙여 수익을 노리는 판매 사례는 여전히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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