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며 車조립…'와이파이 사태'로 드러난 현대차노조 非상식

입력 2019-12-11 17:15   수정 2019-12-1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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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두 작업’이라는 말이 있다. 생산직 근로자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방의 일까지 하는 작업 방식이다. A가 1시간 동안 B의 몫까지 일을 한 뒤 다음 1시간은 B에게 자신의 일을 맡기고 내리 쉬는 식이다. 회사는 이런 작업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면 집중도가 떨어져 안전사고와 품질불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암암리에 이런 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의 일을 할 수 있는 근무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그만큼 업무강도가 낮다는 의미다.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인사는 “컨베이어 벨트가 정말 느리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움직이는 5~6대의 자동차를 한꺼번에 조립하고 휴식을 취하는 ‘올려치기’ 또는 ‘내려치기’ 작업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완성차 5개사 평균)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26.8시간(2015년 기준)이다. 일본 도요타(24.1시간)나 미국 제너럴모터스(23.4시간)보다 각각 11.2%, 14.5% 더 길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선 17시간에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진다.

공장 내 와이파이 사용시간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는 황당한 상황도 결국 느슨한 근무 분위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은 24시간 개방했던 와이파이를 지난 9일부터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 등에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도록 조정하려 했다. 근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서다.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특근을 거부하고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런 사실이 본지 기사(12월 9일자 A17면)를 통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근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겠다고 선언한 거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노조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한 노조원은 “현대차 노조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했다. 결국 노사는 한 발씩 물러섰다. 노조는 특근 거부를 취소했고, 회사는 와이파이 제한을 오는 20일까지 보류했다. 양쪽은 노사협의를 통해 와이파이 사용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와이파이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근무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천천히 움직일 것이고 그 속에서 일부 근로자는 근무 시간 중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계속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대차는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노조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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