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참여·오감 자극…뮤지컬 마케팅의 진화

입력 2019-12-11 17:27   수정 2019-12-12 00:25


공연 애호가인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뮤지컬 제작 투자 상품을 구매했다. 소액 투자였지만 좋아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기여하고, 흥행 수익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뮤지컬 관람권도 독특한 방식으로 샀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TV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호기심이 생겨 덜컥 예매했다. 공연을 보러 가서도 새로운 경험을 했다. 커다랗고 무거운 가이드북을 넘겨보는 대신 도슨트 오디오북을 통해 작품 배경에 대한 설명을 출연 배우들의 음성으로 들었다.

뮤지컬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옥외 광고물이나 포스터, 각종 관람권 할인 혜택, 예매 사이트 광고 등 전통적 기법에서 벗어나고 있다. 제작부터 관람권 판매, 관람 직전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기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클립서비스는 카카오페이와 협업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13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내년 3월 14일~6월 26일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7~8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투어 공연 제작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관객이 제작비를 지원하는 콘셉트의 문화콘텐츠 투자 상품으로 카카오페이 앱(응용프로그램)에서 투자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됐다.

총 모집금액은 20억원으로 투자한 시점부터 6개월 뒤에 공연 수익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세전 예상수익률은 연 10%다. 지난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상품을 판매했다. 국내에는 생소한 공연 투자 상품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상품 판매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소진됐다”며 “‘오페라의 유령’이 워낙 잘 알려진 콘텐츠인 데다 투자 문턱이 낮았고, 공연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 의의를 둔 뮤지컬 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뮤지컬 판매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배우들이 나와 공연을 소개하거나 쇼호스트가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공연이나 실제 무대를 축소한 듯한 뮤지컬쇼로 시청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퀸’ 음악으로 제작한 주크박스 뮤지컬 ‘위윌락유’의 지난달 현대홈쇼핑 방송에는 작품에 출연하는 ‘부활’ 출신의 보컬 정동하와 뮤지컬 배우 서범석 등이 나왔다. 이들은 ‘보헤미안 랩소디’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 등 뮤지컬에 나오는 곡들을 열창했다. 퀸 음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관람할 때 도움이 될 ‘꿀팁’도 알려줬다. 관람권은 방영 10분 만에 4000장이 판매됐다. 방송 전체를 통해선 총 2만 장이 팔렸고, 매출은 18억원을 넘어섰다. 공연은 오는 17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로열씨어터에서 열린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마케팅이 등장했다. 배우들이 직접 공연 관련 내용을 재밌고 실감나게 읽어주는 도슨트 오디오북이다.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전시 내용을 해설해주는 도슨트처럼 주역을 맡은 배우가 친절한 설명으로 공연 이해를 돕는다는 콘셉트다.

배우가 들려주는 도슨트북은 지난 9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처음 등장했고 최근 ‘빅 피쉬’ ‘그림자를 판 사나이’ ‘키다리 아저씨’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김소현과 손준호, ‘빅 피쉬’는 남경주와 김성철의 음성을 담았다. 15분 정도의 길이로 줄거리와 배경지식 등을 전달한다. QR코드, 독서 앱 ‘밀리의 서재’에 접속하면 이들의 목소리가 전자책과 함께 나온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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