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판 안에 가두는 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킬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하고 출발했어요. 출판사의 모습을 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죠.”
최근 한국 장르소설의 해외 판권 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켜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배선아 고즈넉이엔티 대표(48·사진)의 말이다. 배 대표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범 당시부터 B급 문학 취급을 받던 장르문학을 출판 밖으로 끌고 나와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장르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고즈넉이엔티는 추리,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등 장르문학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다. 배 대표는 2013년 설립된 고즈넉출판사를 2017년 3월 인수해 고즈넉이엔티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그는 책 자체보단 스토리라는 지식재산권(IP)을 만들어내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사를 지향하는 의미에서 사명에 ‘출판사’를 떼고 ‘엔터테인먼트’를 뜻하는 이엔티(ENT.)를 붙였다.
고즈넉이엔티는 새롭게 출범한 이후 50여 권의 장르소설을 출간했다. 배 대표는 “초기 투자 비용으로 인수 2년차까진 큰 성과가 없었다”며 “올 들어 2차 판권 및 해외 수출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고즈넉이엔티가 올해 영화, 드라마, 웹드라마, 웹툰 등의 판권 계약을 맺은 장르소설만 20여 편에 이른다. 박은우의 범죄 스릴러 소설 청계산장의 재판은 지난달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버설TV와 드라마 제작 옵션 계약을 맺었다. 현은미의 치정은 웹툰으로 제작돼 미국에서 선보였다. 이종관 작가의 현장검증은 최근 프랑스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국내 영화제작사 NEW와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권정희 작가의 스릴러 소설 이선동 클린센터는 드라마 판권 계약은 물론 웹툰,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대만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배 대표는 “올해 매출의 80%는 국내외 영상화 판권 수입 및 해외 번역 출간에서 발생했다”며 “향후 사업 목표는 회사가 보유한 스토리 콘텐츠를 아마존과 넷플릭스, 디즈니 등 외국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또 다른 목표는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가치를 이뤄내는 것이다. “‘로맨스가 무슨 문학이냐’는 부정적 시선 때문에 이름까지 숨기며 살던 작가들이 우리 회사를 통해 작품을 내고 2차 판권 계약까지 맺어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됐어요. 그들의 삶에 우리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죠.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할리우드처럼 작가와 제작사, 출판사가 함께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창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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