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난 '선수 우즈'…혼쭐 난 '캡틴 우즈'

입력 2019-12-12 15:53   수정 2020-03-11 00:02


‘스타는 명장이 되기 힘들다.’ 스포츠계의 속설이다. 12일 개막한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의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 첫날만 놓고 보면 딱 들어맞는 듯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의 ‘선수 복귀전’은 완승, ‘캡틴 데뷔전’은 완패로 대회 시작을 알렸다.

우즈가 이끄는 미국팀은 이날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GC에서 열린 대회 첫날 포볼(2인 1조가 각자 공으로 경기하는 방식) 경기를 1승 4패로 마쳤다. 플레잉 코치로 출전한 우즈는 저스틴 토머스(26·미국)와 짝을 이뤄 인터내셔널팀 호아킨 니만(21·칠레)-마크 리슈먼(36·호주) 조를 4홀 차로 누르며 승점 1을 챙겼다. 우즈가 프레지던츠컵에서 승점을 챙긴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러나 남은 네 개 조가 내리 패하면서 캡틴의 체면을 구겼다.

물오른 황제의 완벽한 출발

6년 만에 프레지던츠컵으로 돌아온 우즈의 출발은 흠잡을 데 없었다. 인터내셔널팀의 홈에서 열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슈퍼 스타’의 귀환에 호주 팬들은 열광했다. “호주 팬이 우즈를 응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애덤 스콧(39·호주)의 당부는 열기에 묻혔다.

첫 조로 출발한 우즈는 1번홀(파4)과 2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홀을 가져왔다. 5번홀(파3)에선 묘기에 가까운 ‘범프 앤드 런’ 칩샷으로 버디에 성공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칩샷 성공 후 입을 벌리고 지켜보던 같은 조 토머스에게 공을 꺼내오라는 명령(?)을 내리는 재치 있는 ‘쇼맨십’도 잊지 않았다.

우즈는 이후 버디를 3개 더 추가했다. 버디 2개를 잡아 가까스로 이름값을 한 토머스의 활약에 더해져 3홀을 남기고 일찌감치 경기를 마무리했다. 시작은 완벽했다.

우즈는 끝까지 웃지 못했다. 우즈 뒤에 출발한 미국팀 잰더 쇼플리(26)-패트릭 캔틀레이(27) 조가 임성재(21)-애덤 해드윈(32)에게 한 홀 차로 패했고 뒤따라오던 세 조도 모두 접전 끝에 상대에게 백기를 들었다.

믿었던 동료들에게 발목 잡힌 우즈

골프라는 종목의 특성상 팀 대항전에서 리더 역할은 제한적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전술 변화 등을 줄 수 없어서다. 하지만 추천 선수 4명을 뽑고 각 선수의 장점과 컨디션을 고려한 조 편성 등으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영향력에서만큼은 타 종목 감독과 같다.

우즈는 리더로선 완패했다. 이날 우즈는 ‘셀프 추천’한 자신을 제외하고 미국팀에 합류시킨 토니 피나우(30), 개리 우들랜드(35), 패트릭 리드(29)가 모두 무릎을 꿇었다. 본인 경기에 집중하느라 팀원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도 패전의 원인이다.

반면 인터내셔널팀 단장인 ‘베테랑’ 어니 엘스(50)는 적절한 조 편성으로 미국팀을 요리했다. 경험이 풍부한 루이 우스트히즌(37·남아공)과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두 경기 연속 ‘톱10’에 들며 경기력이 물오른 에이브러햄 앤서(28·멕시코)를 한 조로 묶어, ‘US오픈 챔피언 듀오’ 우들랜드-더스틴 존슨(35) 조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미국 골프채널은 “(우들랜드와 존슨 조의 패배는) 이날 가장 충격적인 결과”라고 전했다.

엘스 단장은 또 1번홀(파4)에서 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준비하던 임성재에게 드라이버를 권유하는 등 세세한 ‘코칭’으로 팀을 이끌었다. 임성재는 이 홀에서 이글을 잡았다. 임성재는 “안전하게 3번 아이언으로 티샷할 생각이었는데 엘스 단장이 ‘드라이버로 치라’고 하더라”며 “드라이버가 똑바로 날아가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코리안 듀오’ 모두 승전고 울려

인터내셔널팀에 단장 추천으로 승선한 ‘코리안 듀오’ 임성재와 안병훈(28)도 모두 승점 1을 따내며 제 몫을 했다. 임성재는 해드윈과 함께 쇼플리-캔틀레이 조를 한 홀 차로 제압했다. 특히 1번홀(파4)에서 기선을 잡는 칩샷 이글을 성공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안병훈은 스콧과 짝을 이뤄 피나우-브라이슨 디섐보(26)를 2홀 차로 눌렀다.

인터내셔널팀은 첫날 대승을 거두면서 1994년 창설된 이 대회의 두 번째 우승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인터내셔널팀이 미국 팀에 승리한 건 1998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후 인터내셔널팀은 9개 대회에서 1무 8패를 당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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