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경제판결 5選, 통상임금·임금피크제·정년연장…모두 노동계 손들어준 법원

입력 2019-12-15 17:46   수정 2019-12-16 02:39

올해 법원의 경제 관련 판결은 유난히 근로자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많았다. 노동계는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재판에서 승기를 잡았고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권도 얻어냈다. 육체근로자에 대한 가동연한이 30년 만에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법조팀이 올해 경제계의 화두가 된 판결 5선을 선정했다.

(1) 통상임금에서 ‘신의칙’ 엄격 적용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수당과 퇴직금을 소급 청구할 때 회사 경영난을 감안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2월 14일 인천 시영운수 버스기사들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2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경영난을 이유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의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요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 취업규칙에 담긴 임금피크제 ‘무효’

취업규칙을 바꿔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을 경우 각각의 근로자들은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 내용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11월 14일 공기업 근로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취업규칙은 근로조건의 ‘최하한선’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3) 택배기사도 ‘노동자’에 해당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택배기사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지난 11월 15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택배기사의 주요 소득은 대리점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이고, 수수료율 등 계약 내용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4) 가동연한 30년 만에 65세로 연장

육체근로자 정년으로 손해배상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가동연한이 65세로 늘어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2월 21일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로 5년 연장했다. 대법원은 1989년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변경한 지 30년 만에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해 연장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국민 평균 기대수명이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고, 각종 사회보장 법령의 보호 대상이 되는 고령자 기준도 65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5)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 아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 항목에서 빠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8월 22일 서울의료원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 및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며 사용 용도가 제한돼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9월에는 사기업 직원들에 대한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판결이 나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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