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빅데이터, 셜록과 슈퍼맨

입력 2019-12-12 17:56   수정 2019-12-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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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늘 이슈가 된다. 특히 2016년 미 대선 결과가 밝혀진 순간, 세계가 놀랐다. 여론조사 및 전문가 예측과 정반대 결과였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해볼 수 있는 곳은 있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빅데이터 사이트인 ‘구글 트렌드’였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보도 이곳에서는 흔적과 행적을 찾아 종착역을 짚어볼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빅데이터라는 개념은 낯설었다. 데이터가 있어도 그 가치를 인지하지 못했다. 흩어져 있는 조각을 맞추면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는데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에 대해 무지했다. 하지만 퍼즐을 맞추듯 데이터들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렇게 빅데이터 시대는 시작됐다.

빅데이터는 순식간에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이제 개인별 맞춤형 광고가 온라인에서 나를 따라다니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넷플릭스가 추천해주는 영화를 시청하고, 웹 서핑 중 올라온 광고의 취향 저격 아이템을 본 뒤 구매까지 이어진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이미 빅데이터의 영향권에 있는 소비자다.

빅데이터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분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가 남겨놓은 데이터의 흐름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브러더처럼 우리의 24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든 그게 지문으로 남아 ‘셜록의 눈’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 또한 피할 일이 아니라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난제다.

빅데이터는 삶을 더 스마트하게 바꿔 놓고 있다. 구글의 ‘독감 예측 시스템’, 아마존의 ‘예측 배송 시스템’은 유용한 사례다. 국내의 경우 경찰청이 ‘범죄 예측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기상데이터를 분석해 배송 물류 유통 등 산업 영역에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 효율성을 높였다.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단시간에 분석, 실시간으로 작업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기도 했다.

빅데이터의 지혜로운 상상이 우리 일상은 물론 기업의 미래도 바꿔놓을 것이다. 데이터 세상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노를 저을지, 우리를 어떻게 진화시킬지 선택해야 할 때다. ‘인간적인 기술’의 열망만이 눈앞의 암초를 피해 우리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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