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광역지자체(특별시 제외)의 국비 지원 예산 증가율 1위는 울산시로 28.2%를 기록했다. 울산시는 조선업 위기로 인한 지역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며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해 관철됐다. 경상남도도 내년 국비 지원 예산으로 올해보다 16.8% 증가한 5조8888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광주광역시(14.8%) 부산시(12.9%) 경기도(12.2%)가 뒤를 이으며 증가율 ‘톱5’에 들었다.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강원도, 제주도의 국비 지원 증가율도 두 자릿수인 11%대를 기록, 내년 전체 예산 증가율(9.1%)을 웃돌았다.
세종특별시의 내년 국비 예산도 올해보다 29.7% 증가한 4950억원에 달했다. 특별회계(3407억원)로 포함된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를 합하면 8357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했다. 반면 대구시는 증액 규모와 증가율에서 최하위로 나타났다. 국비 지원 금액은 3조1330억원으로 올해보다 61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경제 상황과 사업비 소요를 감안한 것일 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지자체 국비 예산, 사상 첫 80조 돌파…총선용 '퍼주기'
지방자치단체 내년도 국비가 총 8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증액 규모의 지역간 편차를 놓고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소속 의원 지역구에 증액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는 광역자치단체 중 증가율 최소를 기록했다.
전라북도는 올해 대비 8.1% 늘어난 7조5000억원, 전라남도는 5.6% 증가한 7조1896억원이었다. 이들 지자체는 고속도로 건설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전북 예산 증액과 관련해 “다당제 위력이 나타난 것”이라며 “민주평화당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이 참여한 4+1 협의체가 지난 4일부터 예산안 처리 직전까지 예산 심사를 한 것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이야기다. 국회 예산 심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기한이 끝나면 보통 여야 3당 원내교섭단체가 참여하는 간사협의체, 일명 ‘소소위원회’에서 심사를 이어간다. 예년 같으면 예결위 심사 이후 민주평화당이 낄 자리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정 대표는 지역구인 전주에서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20억원), 드론교통산업 활성화 지원(10억원), 드론기업 지원 허브센터 구축(10억원) 등 예산을 따냈다고 밝혔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협의체에서 전북 예산 증액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국회 증액 단계에서 지역구인 전북 고창·정읍 관련 바이오 연구개발(R&D) 사업, 벼 건조시설 사업,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 등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역구인 전남 목포 관련 국비예산으로 1047억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해양경찰 서부정비창 건립(1994억원), 국도 77호선 건설(9542억원), 수산식품 수출단지 조성(1087억원) 등 최근 확정된 대형 국책사업 예산을 빠짐없이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해경 정비창 예산은 예결위 과정에서 삭감이 거론됐지만 박 의원 주장으로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구는 강효상 한국당 의원(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4+1’ 협의체가 대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할 만큼 예산 증액이 미미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예산국회 파행으로 신규로 반영되거나 증액시켜야 할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4+1 협의체로 인해 불이익을 봤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017년 3월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후 2년이 지난 국립청소년 진로직업체험수련원 사업은 이번에도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구시가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중점 추진 중인 물산업클러스터 R&D 사업과 물기술인증원 운영 사업도 증액되지 않았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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