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대사관로. 북악산 자락에 있는 한가하던 동네에서 요즘은 주말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760㎡(약 230평) 규모로 들어선 ‘성북동 빵공장’ 때문이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7m나 되는 높이에 압도당한다. 여기서 빵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고, 2층에서는 쉬면서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다. 152석의 좌석은 항상 붐빈다. 이곳은 4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빵공장이 늘고 있다. 성북동 빵공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빵을 직접 굽고 커피와 함께 파는 빵공장은 서울·경기 지역에만 수십 곳에 이른다. 관광지 역할을 하는 명소도 생겨나고 있다.
커피+α…가족들의 공간으로
빵공장은 서울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양평, 용인, 고양, 남양주 등에 많이 들어섰다. 대형 신도시와 아파트를 배후상권으로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아예 관광지 등으로 가는 교외에도 생겨나고 있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가는 길에 있는 마시안제빵소, 용문사 입구에 있는 용문산 빵공장 같은 곳이다.
빵공장은 카페 문화가 대중화하면서 파생된 공간이다. 주말에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한 공간에서 커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가족과 주말 나들이 겸 근교로 찾는다는 얘기다. 카페에 빵이 더해지면서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게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족 모임 장소로도 활용된다. 주말마다 빵공장 카페를 찾는다는 정은진 씨(39)는 “부모님과 동생네 부부가 함께 식사한 뒤 아이를 포함해 10명이 한 집에 모이기는 부담스럽다”며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서울 근교 대형 카페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빵공장은 제빵 시설과 카페 공간 등을 모두 갖고 있다. 330㎡(100평) 이상의 넓은 공간에 마당이나 어린이 놀이 시설을 갖춘 곳도 많다. 주말에 음악 공연이나 미술 전시를 겸하는 곳도 등장했다.
지자체가 나선 양평
빵공장이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떠오르자 양평군은 지난해 추천 베이커리 카페 지도 ‘양평 카페북’을 제작했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과 케이크 등을 파는 ‘제너럴플랜’과 ‘중미산 제빵소’ 등은 명소가 됐다.
양평군청 관광과 관계자는 “베이커리 카페에 들러 인증샷을 찍는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됐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되면서 카페 정보를 모아 관광 자원화했다”고 설명했다. 입지 여건, 빵의 품질, 커피맛은 물론 멋진 사진을 만들어주는 인테리어가 중요한 경쟁력이 된 이유다.
제빵공장과 결합한 빵공장 가운데 빵의 품질을 앞세워 마켓컬리에 입점한 곳도 생겼다. 경기 남양주의 빵공장띠에리, 수원의 밀도, 광주의 몽상82 등이다.
빵공장 카페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때는 주말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겨울철에는 추위를, 여름철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성북동 빵공장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많아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날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