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치질 환자 겨울에 급증…음주 다음날 대변에 선홍색 피 묻어나면 의심

입력 2019-12-13 11:32   수정 2019-12-14 00:37

겨울에는 항문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수술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9만9000여 명이 치질 수술을 받았는데, 이 중 5만7000명이 겨울철에 받았다. 30%에 가까운 수치다. 수술을 꼭 해야 할 정도로 악화된 환자가 겨울에 특히 많았다는 의미다. 항문 통증과 출혈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증상이다. 병원에 가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치료 시기를 놓쳐 악화될 위험이 있다. 치질 증상과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암 제외한 양성 항문질환 통틀어 치질

치질은 암을 제외한 항문에 생기는 양성질환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크게 치핵 치루 치열 등으로 구분된다. 항문관에 있는 정맥총에 피가 차면 울혈이 된다. 울혈이 생기면 항문관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른다. 울혈은 출혈을 일으키기 쉽고 지속적으로 생기면 점막이 늘어져 항문관 점막이 돌출된다. 치핵이다. 허승철 서울의대 외과 교수는 “치핵의 울혈은 반복적인 항문관 압력 상승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변비를 앓는 사람이 아랫배에 반복적으로 힘을 줄 때 생기기 쉽다. 배변할 때 화장실에서 장시간 신문, 스마트폰을 보며 반복적으로 항문관 압력을 높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성피로에 노출되거나 간경화 때문에 직장 혈액이 간문맥으로 잘 순환되지 않을 때도 치핵이 생기기 쉽다. 임신 후기 자궁의 태아가 정맥을 눌러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도 치핵의 원인이다.

치루는 항문관에서 항문 주위 피부로 염증이 계속 생겨 작은 통로인 누관을 만드는 것이다. 피부 밑에서 작은 농양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통증을 호소하고 고름이 나온다. 통증이 심하지 않고 종기 난 것처럼 바로 터져 고름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치루를 오래 방치하면 암이 될 수 있다. 수술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항문 피부 찢어지는 치열

치열은 항문관 상피가 세로 방향으로 찢어진 것이다. 급성 치열과 만성 치열로 나뉜다. 급성 치열은 대부분 수술 없이 좋아지지만 만성 치열은 수술해야 한다. 변비가 심해 배변을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치열이 잘 생긴다. 통증 때문에 배변할 때 항문 이완이 잘 안 되거나 잦은 설사 때문에 항문관이 긴장했을 때도 치열이 생기기 쉽다. 변비가 심해 대변이 굵어지고 굳어졌을 때 많이 발생한다. 특정한 이유로 항문이 좁아졌거나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이 있을 때도 생기기 쉽다.

치열이 생기면 통증, 출혈, 항문 불편감, 가려움 등을 호소한다. 찢어진 부분이 항문 안쪽이라면 통증이 없이 출혈만 생기기도 한다. 대개 배변할 때나 배변 직후 항문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묵직하고 쑤시는 듯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배변 후 몇 분~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 대개 선홍색 피가 화장지나 대변에 조금 묻어나는 정도지만 변기가 빨갛게 물들 정도로 많은 피가 나오기도 한다. 출혈이 반복되고 양이 많으면 빈혈의 원인이 된다. 이때는 치료해야 한다.

치질 환자에게 흔한 혈변


항문 통증과 혈변 증상은 치질의 대표 증상이다. 최병민 유성선병원 외과 전문의는 “혈변은 대변에 선홍색의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라며 “선홍색 혈변은 소장 대장 직장 등 하부 위장관, 즉 항문에서 가까운 부분의 장출혈을 의미한다”고 했다. 출혈 부위가 항문에 가까울수록 대변에 섞여 나오는 혈액의 색깔이 선홍빛을 띤다. 혈액이 위액과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위 등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생겨 대변으로 나오면 이보다는 검은빛을 띤다.

혈변은 형태가 다양하다. 붉은 피만 보이기도 하고 핏덩어리가 나오기도 한다. 형태를 갖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피가 섞인 설사를 하기도 한다. 혈변 모습을 잘 기억했다가 전문의에게 자세히 설명하면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치질 질환 중 치핵이 있으면 증상 초기에 주로 출혈이 생긴다. 배변 후 피가 떨어져 변기 물이 빨갛게 변하거나 뒤처리를 하는 휴지에 피가 묻는 형태다. 허 교수는 “30대 직장인이 연속되는 연말 회식에서 음주를 하고 늦게 귀가하는 일을 반복한 뒤 아침 배변 후 항문에서 피가 났다면 내치핵 출혈일 수 있다”고 했다. 고령자들은 배변할 때 외에 길을 걷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속옷에 피를 적시는 일도 있다. 이때 높은 압력의 비데를 사용하면 상처 입은 항문관 피부를 자극해 통증이 악화된다. 치핵이 진행되면 배변할 때마다 늘어난 점막이 튀어나온다. 튀어나온 점막이 항문에 끼어 통증이 생기고 불편감도 호소한다. 속옷에 점액이 묻어나는 일도 많다.

직장암과 증상 구분 어려워

출혈 통증 등 항문질환 증상이 처음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항문질환 증상은 직장암 증상과 구별하기 어렵다. 이상 증상을 호소할 때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치열은 생겼다가 치유됐다가를 반복하면 항문 주변이 단단해지거나 찢어진 양쪽으로 살이 늘어져 혹처럼 튀어나오기도 한다. 치열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연화제로 변을 부드럽게 하고 국소마취제 등 연고를 발라 증상을 완화시킨다. 혈관확장제, 말초혈관순환개선제가 치료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열과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좌욕, 휴식, 식이섬유 섭취 등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한다. 비수술 치료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식생활 습관을 바꾸고, 이후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치열 수술은 대개 내괄약근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다. 수술 시간은 30분 이내로 비교적 간단하다. 수술 후 하루 정도 입원해야 한다.

치루는 발견하면 바로 수술한다. 장기간 방치해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치료법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방치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해 질환만 악화시키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모든 항문 질환을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진과 원인을 파악한 뒤 치료의 일환으로 생활습관 개선을 활용하면 효과가 있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적정량의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실에서 신문,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치질 증상을 악화시키는 습관이다. 배변 후 온수 좌욕을 하고 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의 진찰과 진단 없이 항문연고를 남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허승철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외과 교수, 최병민 유성선병원 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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