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당뇨약에 발암물질 나왔지만 조사 결과 나올 때까지 끊지 말아야"

입력 2019-12-13 17:08   수정 2019-12-14 00:36

싱가포르에서 유통되는 당뇨약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나오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복용을 중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약을 임의로 끊으면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13일 “당뇨약 복용을 중단하면 고혈당 때문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며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약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나올 때까지 환자들은 기다려 달라”고 발표했다.

지난 4일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싱가포르에서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에서 발암 추정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고혈압 약에서 NDMA가 나온 데 이어 국내에 유통되는 제산제에서도 이 물질이 나와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이 판매 정지됐다.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NDMA가 검출된 메트포르민 품목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원료 의약품에서 이 물질이 나올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싱가포르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된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환자 치료에 널리 쓰이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메트포르민 함유 약제는 640개 품목에 이른다. 국내 당뇨병 환자 240만 명, 전체의 80%가 이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통되는 메트포르민에서 NDMA가 검출되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의료계에서 전망하는 배경이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고혈압약과 제산제는 다양한 대체약물이 있어 문제가 된 약 외에 다른 약으로 변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트포르민은 이를 대체할 마땅한 약물조차 없다.

학회는 환자들에게 당뇨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선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의사들도 환자들이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도록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현지에 유통되는 46개 메트포르민 품목 중 기준치 이상의 NDMA가 검출된 것은 3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지난해부터 싱가포르에서 처방을 시작한 약물이다. 이보다 앞서 사용하던 약물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메트포르민 전체 품목이 위험할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학회 관계자는 “NDMA가 약물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공기, 물, 화장품을 통해서도 몸속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당뇨약 등 의약품은 장기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발암 위험이 더 높다는 주장도 한다. 이에 대해 학회 관계자는 “약물에서 사용하는 하루 허용량 96나노그램은 70년간 노출됐을 때 10만 명 중 한 명에게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위험 정도”라고 했다. 정확한 조사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걱정은 삼가야 한다는 의미다.

학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에게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지난해 일부 고혈압약에서 NDMA가 검출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식약처가 종합 관리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회 측은 “제약사 자율점검을 지켜보는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관계 기관이 직접 조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 리스트를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해 왔다”며 “식약처에서 직접 조사를 통해 국민의 우려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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