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컬처 insight] 한걸음 더 나간 '겨울왕국'…디즈니 기술·표현력의 결정체

입력 2019-12-13 14:46   수정 2019-12-14 00:12


이번엔 ‘물’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겨울왕국 2’는 관객들을 물의 세계로 이끌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거대한 파도를 직접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그렇게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우리는 또 한 번 ‘엘사’가 됐다.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은 ‘눈’을 내세웠다. 많은 관객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눈바람에 감탄했다. 엘사가 얼음 성을 높이 쌓아올릴 땐 차가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고, 새하얀 눈밭이 펼쳐지면 그 안에 폭 파묻히고 싶었다. ‘겨울왕국 2’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물결의 잔잔한 흐름부터 격정적인 파도의 높낮이까지 정교하게 담아냈다.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구현하기 힘든 소재였던 눈과 물이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완벽하게 표현됐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1편과 2편 모두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쌍천만’ 기록을 세운 ‘겨울왕국’ 시리즈.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사로잡은 이 작품의 매력은 재미있는 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겨울왕국’ 시리즈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디즈니가 그동안 쌓아올린 고난도의 기술과 표현력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과 표현력은 작품의 서사와 세계관에 비해 지엽적인 요소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디즈니는 집요하게 이를 파고들어 애니메이션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력’이다.

학계에서는 애니메이션의 개념을 정의할 때 생명력을 주로 언급한다. 이미지에 움직임을 부여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애니메이션이라고 본다. 최근에 나오는 3D(3차원)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며 생명력을 구현하고 있다.

디즈니는 나아가 캐릭터를 둘러싼 자연에도 실제에 가까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겨울왕국 2’에는 물뿐만 아니라 엘사 주변을 맴돌며 살랑이는 작은 바람,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붉은 단풍이 등장한다. 엘사처럼 숲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하기 위해서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현실과 분리돼 있는 애니메이션 서사를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디즈니의 정교함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핵심인 노래와 캐릭터의 입 모양을 맞추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두 가지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관객들은 노래에 담긴 감정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다. 다른 제작사들도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합을 완벽하게 맞추기란 아직 쉽지 않다. 노래가 먼저 끝나거나, 노래가 끝나기 전 입이 닫혀버리는 때가 많다. 디즈니 작품의 싱크로율은 훨씬 높다. 엘사가 ‘겨울왕국’에서 ‘렛잇고(Let It Go)’를 부를 때를 떠올려 보자. 대부분의 관객이 싱크로율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만큼 정확하게 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엘사의 노래에 어색함 없이 금세 빠져들었던 이유다.

디즈니가 기술로 표현한 생명력은 거대한 세계관을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겨울왕국 2’는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첨단 애니메이션 기술은 신화 속에만 존재하던 물, 불, 바람, 땅의 정령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여성 캐릭터에 강렬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데도 적극 활용됐다. 엘사가 푸른 드레스와 레깅스를 입고 숲을 누빌 때도, 거친 바다를 가로지를 때도 정교한 기술력이 뒷받침됐다.

잠깐 애니메이션의 기원을 이야기해보자. 그 기원은 거창한 게 아니다. 동물을 그려 놓은 고대 벽화다. 벽화도 생명력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물의 다리를 여러 겹으로 그려 넣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단순해 보여도 이미지의 역동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마도 사냥이 잘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덕분일 것이다. ‘겨울왕국’ 제작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 씨는 이런 말을 했다. “매 순간 ‘내가 엘사라면 어떨까’를 떠올리며 작업했다.” 결국 이미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기술을 구현하는 주체인 사람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아닐까.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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