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산 아웃소싱도 유턴기업 포함시켜야

입력 2019-12-13 18:03   수정 2019-12-14 00:01

유턴(U-turn)기업은 해외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세금 감면, 입지·설비 보조금, 고용보조금 지급 등 지원방안을 포함한 유턴법(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2013년부터 시행했지만, 최근 6년간 연간 11개사 정도만 돌아와 지원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턴기업 실적은 미국은 물론 대만과 비교해서도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 기업 유턴 건수는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 평균 약 415.8건이고, EU 기업 유턴 건수는 1980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 평균 18.9건을 기록했다. 대만기업 유턴 건수는 2010~2015년 연 평균 약 72.8건이다. 우리나라 유턴기업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68개사, 연 평균 11.3개사로 미국, EU, 대만 등에 크게 뒤처진다.

우리나라의 유턴기업 수가 주요국에 비해 적은 이유로는 ‘기업하기 어려운 국내환경’과 ‘지원제도의 미흡성’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유턴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높은 법인세 부담 등 불리한 기업 환경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나라 노동시장 부문은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해 51위를 기록했고, 관련된 고용유연성(102위), 노사협력(130위) 등도 대부분 하위권이다. 또 국제적인 법인세 인하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만 역주행한 결과 법인세 부담도 OECD 국가 중 8위로 높은 수준이다.

둘째, 지원제도상 유턴기업의 적용범위가 좁고 부지 선택에 제약이 있는 것이 기업의 국내 유턴을 막고 있다. 한국에선 생산시설 등을 기업이 직접 소유한 ‘인소싱(insourcing)’만 유턴기업 범주에 포함시키지만 미국, 일본, 대만은 생산시설 등을 제3자에 위탁한 ‘아웃소싱’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특히 유턴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는 조세·보조금 혜택이 지원되지 않는다. 이런 복귀 지역 제약은 유턴기업의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를 발생시키고 있다.

정부가 작년부터 준비한 개정 유턴법은 지난 11월에야 통과돼 내년 3월 시행 예정이다. 대상 업종을 제조업에서 정보통신·지식서비스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업의 유턴을 활성화하려면 △기업환경 개선 △유턴기업 대상 확대 △수도권 제약 완화 등 실효성 높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고, 법인세율 인하 및 연구개발(R&D) 투자 공제비율 확대 등 세제개편도 필요하다.

지원제도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처럼 아웃소싱을 국내로 전환하는 것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하고, 유턴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대해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적 자원과 인프라를 자랑하면서도 퇴보하는 기업환경과 유턴 지원제도의 한계 탓에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오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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