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와 산모, 신생아 수백명이 밀집한 일산 대형 산부인과에서 14일 발생한 불은 스프링클러가 없는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번진 것으로 1차 조사됐다.
15일 경찰은 전날 진화 후 소방, 한전, 경찰 과학수사대 등이 함께 1차 현장 감식을 한 결과를 이 같이 발표했다. 경찰은 "주차장과 출입로로 쓰이는 필로티 구조 1층 천장 부근에 외부 노출된 관이 있는데, 관의 동파 방지를 위해 설치된 열선에서 불이 시작된 흔적을 발견했다"고 확인했다.
이 산부인과 병원 1층 주차장은 특히 필로티 구조라 화재에 더 취약했다. 주차장에 차량이 많아 불이 삽시간에 번지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특히 1층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불은 152㎡ 규모의 1층 주차장과 주차차량 16대를 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건물 2, 3, 4층도 연기로 그을려 소방서 추산 4억243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당국은 오는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 감식을 실시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화재로 건물 1층과 1층에 주차된 차량 15대가 불타고 2·3·4층이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하며 총 357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 가운데 산모와 신생아도 170명에 달했다.
170명 중 연기 흡입이나 병원 폐쇄로 인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인원은 총 165명이다. 구급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다른 병원으로 간 인원은 5명으로 파악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인원을 대상으로 경찰이 최종 파악한 결과 연기흡입 환자는 최초 2명에서 늘어난 94명으로 조사됐다.
출산 직전 화재가 발생하며 A씨는 약 3.5㎞ 떨어진 일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일산병원은 A씨가 도착하자마자 제왕절개 수술을 해, 약 10분 만에 3.68kg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고 전했다.
A씨가 무사히 출산을 마쳤지만 일부 산모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화재에 놀라 하혈 증세를 보인 산모도 있으며 대피 과정에서 신생아들은 화재 연기에 노출되기도 했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들에게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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