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는 로컬"이라지만…'기생충' 후보 호명이 갖는 의미

입력 2019-12-17 08:46   수정 2019-12-17 08:47



'로컬' 아카데미의 선택도 '기생충'이었다.

16일(미국 서부시간 기준, 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이 발표됐다. 영화 '기생충'은 제 92회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발표된 후보는 쇼트리스트, 즉 예비후보다. '기생충'이 미국 시상식에서 승전보가 이어지면서 시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외국어영화상을 비롯 장편, 단편 다큐멘터리 등 9개 부문에 한정해 선정됐다. 이들 작품은 쇼트리스트 선정 절차가 없는 타 부문 후보들과 함께 내년 1월 13일 발표된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에서 쇼트리스트의 벽을 넘은 한국 영화는 없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아카데미 후보로 추천됐지만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 뿐 아니라 감독상, 각본상 등 다른 부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로컬"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생충'이 북미 영화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것.

현대인들의 빈부격차와 가족들의 단상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낸 '기생충'은 올해 5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영화제 수상작은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깨고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런 평가는 북미 지역까지 이어졌다. 지난 10월 11일 북미 지역 개봉 당시 단 3개 상영관에서 시작했지만, '기생충'은 입소문을 타면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봉 4주차엔 463개까지 상영관이 대폭 늘어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객들과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다. 토마토 신선도로 영화 평점을 집계하는 로튼토마토가 99%로 최상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주요 언론의 리뷰를 숫자로 환산해 보여주고 있는 메타크리틱 역시 높은 평점인 95%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일 LA비평가협회로부터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송강호)을 받았고, 같은 날 발표된 토론토비평가협회(TFCA)상에서도 작품상과 외국어상, 감독상 3관왕을 차지했다.

더불어 전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애틀랜타 비평가협회 감독상과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뉴욕 필름 비평가 온라인 어워즈(NYFCO)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휩쓸었다.

여기에 아카데미 바로미터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 뿐 아니라 각본상, 감독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스카 레이스 예측 매체인 골드더비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경합 등에서 '기생충'을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결혼이야기'(Marriage Story)와 함께 상위권으로 꼽고 있다.

미국 매체 벌처는 13일 칼럼을 통해 오스카 작품상 경합이 '아이리시맨',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리고 '기생충' 간 3파전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생충' 북미 배급을 담당하는 네온 팀 퀸 회장이 북미 개봉 전 할리우드 리포트와 인터뷰에서 "'기생충'을 외국어 영화상 뿐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총 5개 부문 후보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팀 퀸 회장의 발언이 현실로 이뤄질 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년 2월 9일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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