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한석규X최민식 '천문', 세종X장영실도 흐뭇할 연기열전

입력 2019-12-17 09:08   수정 2019-12-17 13:43



세종대왕과 장영실도 만족할만한 열연이었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는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만 나와도 아는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이야기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에 누구나 공감할만한 세밀한 드라마를 더해 생명력을 불어넣은 게 '천문'의 백미다.

천재는 외롭다. 하지만 역사 속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세종과 장영실에게는 각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아껴주며 이해하는 '서로'가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장영실을 연기한 최민식은 이 관계에 대해 "흠모와 존경"이라고 설명했고,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는 "유일한 벗"이라고 밝혔다. 표현은 미묘하게 다르지만 천재들끼리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줬던 존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새로운 것은 없다. 관노로 태어났지만 빼어난 손재주를 가졌던 장영실. 그를 세종이 알아보고,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들도록 했다. 이후 하늘의 시간을 알려주는 천체 관측 기기 혼천의를 통해 중국과 다른 우리만의 절기를 측정했다.

농업 국가였던 조선에서 조선만의 하늘과 시간을 측정하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세종은 꿈을 꾸고, 장영실은 이를 실현으로 옮겼다. '천문'은 역사 교과서에서 단순히 군신 관계로 그려진 세종과 장영실에 대해 시대와 운명을 개척하는 동지라는 살을 붙였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장영실의 실종도 더욱 극적으로 애틋하게 다가온다.

'천문'은 장영실이 역사 기록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유로 조선만의 천체 연구에 문제를 제기하는 명나라로부터 세종이 그을 보호하려 빼돌렸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서지는 사건 이후 '브로맨스' 이상의 뭉클함과 절절함이 막바지에 터저나올 수 있었던 건 세종과 장영실의 서사가 탄탄히 쌓아왔던 덕분이다.

여기에 20년 만에 재회한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가 소름 돋는다. "두 명장의 만남에 신경전이 보이지 않겠나"라는 우려는 세종이 장영실을 처음 부르는 장면부터 날려버린다.

"천한 것이 고개를 든다"고 해서 땅만 보던 장영실과 "신하들에게 군림하기 위해 땅만 봤다"는 세종은 서로 다른 이유로 하늘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이때 최민식과 한석규의 눈빛 연기가 압권이다. 마니아틱한 퀴어 영화와 상업 영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최민식, 한석규는 능숙하고 여유있게 펼쳐보인다.

최민식과 한석규 뿐 아니라 황희 정승 역할에 신구를 비롯 허준호, 오광록, 김원해, 임원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곳곳에 포진해 극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한다. 그야말로 연기 종합선물세트다.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은 배우들의 감정선만으로 런닝타임 132분을 끌고 간다. 첫 장편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봄날은 간다', '행복', '덕혜옹주' 등 세심한 감정 표현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허진호 감독의 진가가 '천문'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방학을 맞아 극장을 찾을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만족할 작품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6일 개봉.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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