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요응답형 버스 타보니, 아쉬운 점은…

입력 2019-12-17 08:00  


 -'I-MOD' 체험해보니…관건은 배차
 -요금 높이더라도 대중교통 공백 공략해야

 이동성에 대한 인간의 시야가 넓어지면서 다양한 사업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 이동을 공유하는 카풀 등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여기에 이제 부르면 찾아가는 이동 서비스, 이른바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는 일정 구간 내에서 이용자가 호출하면 교통수단이 찾아가 이동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버스와 콜택시의 중간 단계라 보면 쉽다. 국내에선 경기 양평, 충남 홍성, 서천, 아산, 당진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고 배차가 불안정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이달부터 수요응답형 버스 시범 운행에 나섰다.

 현대차의 수요응답형 버스는 '아이-엠오디(I-MOD)'로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한 영종도에서 운영한다. 영종도는 불규칙하고 긴 배차시간 때문에 지역 주민의 불만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낮아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버스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에 위치하며 이동이 비교적 제한된 공간이란 점도 현대차가 이 지역을 시범 지역으로 선택한 배경이다. 탑승 체험을 위해 지난 12일 영종도를 찾아갔다.


 체험 구간은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영종하늘도서관(중산초등학교)까지의 8.7㎞ 거리로, 승용차로는 12분 정도 걸린다. 먼저 역앞 시내버스 정류장(은골사거리 방향)을 찾아가 버스 노선과 시간을 확인했다. 길 찾기 앱으로 검색하니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최적의 경로는 223번 버스로, 예상 이동 시간은 27분이다. 이밖에 목적지 주변으로 가는 버스는 307번(37분), 203번(45분) 등이 표시됐다. 이어 아이-엠오디 앱을 실행하고 버스를 호출했다. 배차는 몇 초후 바로 이뤄졌다. 그러나 목적지까지의 예상 도착 시간은 시내버스보다 꽤 늦은 44분이 표시됐다. 앱에선 아이-엠오디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화면 속 아이-엠오디는 거의 다 도착할 듯 하면서도 어디론가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아이-엠오디를 기다리는 동안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여럿 지나간다. 정류장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엠오디와 함께 시범 운영중인 전동킥보드 '아이-젯(I-ZET)'이 어렵지 않게 보인다. 아이-젯은 운전면허 보유자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라스트마일 서비스로 내년 1월31일까지 운서동 일대에서 운영한다. 이용 요금이 무료인데다 안전모도 포함돼 있어 지역 내 평가가 나쁘지 않다.


 배차된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아이-엠오디가 도착했다. 아이-엠오디는 8대의 16인승 쏠라티로 운행한다. 운영 초기엔 쏠라티 3대와 소형 관광버스(카운티) 5대를 빌려 쓰기도 했지만 1주일 만에 쏠라티로 모두 채웠다. 전동식 사이드 스텝을 밟고 차에 오르자 기사가 반갑게 맞이한다. 새 차 냄새 물씬한 실내는 일반 소형 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전석 대시보드엔 아이-엠오디 전용 내비게이션을 장착했으며 조수석 뒤쪽엔 탑승 시에만 태그하는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결제는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신용카드, 스마트폰 요금 등의 결제수단을 사전에 앱으로 등록하고 승차 시 앱에 표시된 탑승권 QR태그를 단말기 카메라에 태그하면 된다. 요금은 성인 기준 1,250원이다. 아쉬운 점은 대중교통 환승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차 후 아이-엠오디는 바로 목적지로 향하지 않았다. 이동 경로 중 배차된 다른 이용자를 태우러 가야해서다. 3분 후 운서역에서 한 블록 떨어진 정류장에서 2명이 차에 올랐다. 아이-엠오디는 탑승 시 5명까지 동반 탑승이 가능하다. 그러나 동반 탑승이더라도 내리는 곳이 다르면 따로 예약해야 한다. 방금 탑승한 인원 중 한 명은 이 과정에서 작은 오류가 생긴 듯 승차를 고민하다 기사의 예약 확인 후 차에 올랐다. 이후 그들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 중 1/3지점에서 따로 하차했다.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나올 정도로 짧은 구간이었지만 날씨가 추운데다가 시험적으로 탑승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는 게 기사 설명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역시 출퇴근 시간이다. 특히 공항으로 향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 의외로 어린이나 청소년이 통학할 때에도 적지 않게 이용한다. 통학차와 비슷하거나 더 큰 차체를 확보하고 안전띠 착용을 권장하는 등 시내버스에 비해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배차와 경로 안내를 담당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아직은 영종도 지리에 익숙한 기사의 길눈보다 개선해야할 점이 많고 배차 오류에 대한 대응도 미흡하다는 것. 한마디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에는 배차가 몰려 취소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의견이다.

 기사와 아이-엠오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배차부터 하차까지 걸린 시간은 총 51분(대기 23분, 이동 28분). 결국 시내버스 예상 시간보다 두 배 정도 소요됐다. 물론, 배차를 요청할 때 아이-엠오디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시내버스보다 더 빨랐을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배차에 따른 복불복이란 의미다.


 직접 경험한 수요응답형 버스는 생각보다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와 닿았다. 시범 운영 기간이라 미비된 부분이 많아서겠지만 새 시대를 여는 모빌리티의 지향점이 이동의 불편을 줄이는 데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 시간과 이동 시간은 꼭 개선돼야 한다. 차라리 요금을 버스와 택시 중간 수준으로 올려서라도 환승해야 갈 수 있는 구간, 버스 이용이 어려운 야간 시간에 운영하면 수요가 어느 정도 조절돼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는 이동 서비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서비스는 대중교통과의 경쟁보다는 보완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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