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이 교착 상태에서 길어지고 있다.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반군을 이끌고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하기 위한 '결정적 전투'에 돌입한다고 지난 12일 선언했지만 현지 언론과 외신 대부분은 이전과 상황이 별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날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은 자체 방송을 통해 "LNA가 트리폴리 시내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NA는 트리폴리 시내 사진과 LNA 병력·무기 사진을 함께 방송에 내보냈다.
반면 같은날 리비아 통합정부는 정반대 얘기를 내놨다. 리비아 통합정부 대변인은 이날 "LNA가 트리폴리로 진격하려 했으나 그들의 공격은 실패로 끝났다"며 "LNA는 트리폴리에 진입하지 못한 채 도시 외곽에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VOA는 "리비아 통합정부와 LNA의 주장이 다르다"며 "트리폴리에 있는 소식통은 시내에서 LNA군을 본 적은 없으나 공습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통합정부와 LNA는 지난 4월부터 트리폴리를 놓고 교전을 벌이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4월 이래 리비아 내전으로 민간인 최소 200명, 군인 최소 2000명이 사망했다. 내전으로 거처를 잃은 이들은 14만6000여명에 이른다.
리비아는 2011년 시민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사실상 서부와 동부로 정부가 양분돼 있다. 유엔 지원을 받아 구성된 리비아 통합정부는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통치한다. 카다피 시절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하프타르는 군부를 규합해 동쪽을 차지하고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유엔은 공식적으로 통합정부를 지지하지만 세계 각국이 LNA를 비공식적으로 돕고 있다. LNA가 리비아 주요 유전지대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VOA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프랑스, 러시아 등이 LNA에 줄을 대고 있다. 리비아통합정부는 카타르와 터키, 이탈리아 등이 지원한다. 지난 14일엔 터키 의회가 리비아 통합정부에 병력을 지원하는 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리비아 내전 전세가 교착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아드 아클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 리비아 전문 선임연구원은 VOA에 “양측 중 어느 쪽도 군사적 우위가 크지 않고, 이는 외국 지원을 받는대도 마찬가지"라며 "상당히 오랫동안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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