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쌍두마차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올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가 추정한 네이버의 연매출은 6조원, 카카오는 3조원으로 모두 올해 조 단위 앞자리가 바뀔 것이란 장밋빛 관측이 지배적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해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추정치)는 최근 3개월 기준 6조5894억원이다. 5조5869억원을 거둔 지난해보다 17.9% 증가한 수치다.
추정치 최저값은 6조5290억원(NH투자증권), 최고치는 6조6551억원(신영증권)이다. 모든 증권사가 6조5000억원 이상을 써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에만 3조1411억원을 벌어들여 6조원 돌파 전망에 청신호를 켰다.
카카오의 연매출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에 올라설 전망이다. 카카오의 올해 매출액 컨센서스는 3조733억원. 지난해(2조4170억원)보다 27.1% 늘어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3조1101억원으로 예상 매출액을 가장 높게 잡았고, 케이프투자증권이 3조281억원으로 예상치를 가장 낮게 잡았다. 최근 3개월 동안 리포트를 발표한 증권사 21곳 모두 3조원 이상의 매출액 전망치를 내놨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 상반기에 올해 예상 연매출 3조원대를 제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연초에 전년과 유사한 매출 23% 성장을 예상했는데 상반기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26% 증가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며 "올해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3조원 이상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매출의 조 단위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광고'가 효자 노릇을 한 덕분이다. 네이버는 올해 전체 매출의 절반(약 3조5000억원)을 광고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모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모바일 웹사이트 개편이 주효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초 모바일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을 검색 중심으로 개편했다.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을 첫 화면에서 빼고, 페이지를 좌우로 넘겨볼 수 있도록 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모바일 앱을 개편하면서 광고를 걸 수 있는 인벤토리(영역)가 늘어났다"며 "좌우로 스크롤하면서 볼 수 있는 형태다 보니 쇼핑 등 새로운 섹션이 추가되면서 전체적으로 광고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광고가 실적을 견인했다. 4400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광고를 입힌 모험이 통했다. 카카오는 올 3분기부터 카카오톡에 광고를 넣는 '카카오톡 비즈보드(톡보드)'의 오픈베타 테스트 형태로 카카오톡 대화창 목록 상단에 배너 형식 광고를 넣었다.
지난 3분기 톡보드 광고의 일매출은 약 2억~3억원. 카카오는 12월에는 일매출이 4억~5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톡보드를 포함한 톡비즈 매출이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자신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톡보드 매출액은 올 3분기 195억원으로 추정된다. 4분기는 성수기 효과가 더해지며 300억원대 수준까지 매출이 올라갈 것"이라며 "그동안 카카오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확보한 메가트래픽이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로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톡보드 광고의 본격 성장을 시작으로 테크핀 사업의 2차 확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내년 연 매출액은 네이버가 7조6001억원, 카카오는 3조7383억원이다. 내년에도 두 ICT 공룡의 실적 성장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네이버는 광고 최적화, 상품 및 콘텐츠 추천, 사업자 및 창작자 지원 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한다. 실질적인 성과와 서비스 경쟁력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3분기 톡보드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광고주가 백 단위에서 천 단위로 증가했다. 대형 광고주뿐 아니라 롱테일 광고주들도 톡보드에 올라타기 시작했다"며 "톡보드가 지금은 카카오톡의 제한적 트래픽만 사용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광고량 확대, 추가 매출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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