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이겨낸 한국알미늄…리튬전지 국산화 눈앞

입력 2019-12-25 17:30   수정 2019-12-26 00:33

충북 증평의 알루미늄 소재 및 포장재 제조기업인 한국알미늄(대표 김창호)은 지난해 3월 공장 화재로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제약용 포장재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3개 동 중 1개 동이 전소하면서 6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공장 화재에도 지난해 매출이 늘었다. 해외시장 공략이 경영위기 극복의 발판이 됐다. 미·중 무역마찰로 미국 기업이 중국 거래처를 한국으로 바꾸면서 135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소재 공급 계약을 따냈다.

이 회사는 올해 40억원을 들여 제약용 포장재 설비를 새로 구축한 데 이어 리튬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셀파우치를 국산화해 내년부터 양산을 본격화한다고 25일 발표했다. 김창호 대표는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로 일본 수출규제 품목인 셀파우치를 국내 기업이 대체할 방안이 없었다”며 “2014년부터 국내 필름·접착제 제조기업과 셀파우치 기술을 개발해 성능 테스트를 하는 등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리튬 2차전지 셀파우치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전제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셀파우치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고 내열·내구·내전해·내수성이 우수해야 한다. 이 회사는 올해 성능 검증 및 인증 절차를 거쳐 휴대폰용 소형 셀파우치를 내년 상반기, 차량용은 내년 하반기 양산에 나선다. 2021년까지 550억원을 들여 3공장을 신축해 셀파우치 전용 생산라인도 갖출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알루미늄 소재와 포일, 커피 비타민 등 분말 포장재, 화장품 및 마스크팩 포장재, 김 라면 음료 등 식품 포장재, 치약 튜브, 진단키트 파우치 등 300여 가지 알루미늄 포장재를 제약·식품·전자·생활용품 회사에 공급해 지난해 7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력 제품인 제약용 포장재 ‘알루알루’는 폴리염화비닐(PVC), 알루미늄 포일, 나일론 등 3중 구조로 만든다. 습기와 산소, 자외선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허정현 연구소장은 “제약 포장재 생산라인에 최신 설비를 들여와 생산율을 26%(연 3600t) 높였다”며 “PVC를 대체하는 무독성 필름(CPP)을 사용하고, 알루미늄 포일 두께를 줄여 원가 절감과 외부 충격에 강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알루미늄 소재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400억원)을 미국, 인도, 대만, 태국, 필리핀 등 19개 국가에 수출한다. 올해는 중국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고, 내년에는 3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에 생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김 대표는 “셀파우치와 알루알루 전용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베트남 생산라인도 가동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증평=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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