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계속 부인하면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강압적 태도를 보이는 검사들이 여전히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이 조사 내용을 메모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검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피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7일 전국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수사검사 1253명과 공판검사 632명을 평가한 ‘2019년 검사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변협은 △인권의식 △절차 진행의 공정성 △검찰권 행사의 설득력 및 융통성 등 7개 지표로 검사들을 평가해 우수검사와 하위검사를 각각 20명씩 선정했다.
하위검사로 선정된 사례 중에는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해 피고인이 허위로 자백하게 만든 검사가 있었다. 사건 관련자들에게 “그럼 회사를 전부 털어야겠네. 사장 나와야지”라고 협박한 검사도 있었다. 한 검사는 일반 시민들이 방청하고 있는 성범죄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의 시신 사진을 실물화상기를 통해 공개했다가 하위검사로 선정됐다.
피의자의 권리를 제한해 논란이 된 사례도 여럿 있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만큼 피의자가 자신의 진술 내용과 다르게 조서가 작성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피의자의 조서 수정 요구에 대해 불편한 내색을 보인 검사도 있었다.
반면 우수검사도 있었다. 강여찬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와 김민수 대전지검 서산지청 검사 등 20명은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변호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등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 우수검사로 선정됐다.
올해 변협이 매긴 검사들의 평균 점수는 79.55점으로 지난해 평가결과(80.24점)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공판검사의 평균점수(82.58점)가 수사검사(77.72점)보다 높았으며, 올해 최하점은 20.5점을 받은 한 수사검사였다. 변협은 이날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평가결과를 전달하며 내년 상반기 검찰 인사에 반영해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인사를 진행할 때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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