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17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연 ‘2020년 산업 신용전망’ 세미나에서 국내 28개 산업의 신용 전망을 제시했다. 이 신용평가사는 디스플레이 소매유통 생명보험 부동산신탁 등 4개 업종이 부정적, 나머지 24개 업종이 중립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긍정적으로 전망한 업종은 없었다.
앞서 내년 신용 전망을 발표했던 다른 신용평가사들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관측을 내놓았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내년엔 신용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이 하나도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어떤 업종도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긍정적인 신용 전망을 받지 못했다.
최재헌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미·중 무역전쟁, 금리 하락, 환율 상승, 유가 상승 등으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국내 주요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부담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충격을 받을 대표적인 업종으로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중국업체들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확대와 주요 국가 성장 둔화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 년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 업체들의 재무적 부담을 키울 것으로 봤다. 그 외에도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등도 이 같은 대외환경 변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평가받았다.
소매유통처럼 내수 비중이 큰 업종도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있다는 평가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가운데 온라인쇼핑 중심의 소비패턴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오프라인 매장 확대로 외형을 키워온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잇따랐던 건설사들의 영업환경도 나빠질 것으로 봤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 따른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로 그동안 이익 증가를 이끌었던 주택 부문 실적이 주춤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한국기업평가는 금융회사들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일 것으로 진단했다. 경기하강과 저금리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마저 강화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초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비롯해 가계 대출 규제 강화, 법정 최고금리 인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 강화 등 여러 영역에서 강도 높은 규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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