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관심이 큰 법·제도 정비부터 그렇다. 정부는 AI 관련 혁신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우선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형태로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I 관련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율 AI’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터넷 AI’, ‘비즈니스 AI’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AI는 이미 일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AI 시장을 키우겠다면 ‘포괄적 네거티브’를 모든 업종, 모든 기술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포괄적 네거티브의 실효성은 법제화에 달렸다. 지금처럼 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 가면 선진국의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게다가 승차공유 등 데이터 기반, AI 기반 서비스가 ‘타다 금지법’처럼 예상치 못한 법적 장애물을 만나면 기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법적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AI 스타트업도, AI 투자펀드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개발과 인력 정책도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야 기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반도체 세계 1위가 목표”라며 “장관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정부가 AI 반도체의 설계·소자·장비·공정 등 핵심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돈은 10년간 1조96억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구개발투자비만 16조원과 3조원이다. 정부가 연구개발을 주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 정부는 대학 결손 인원(제적 또는 퇴학 인원)을 활용해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융합학과를 신설하겠다지만, AI 인재 양성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왜 수도권 대학 규제를 풀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정부는 공공 데이터를 전면 개방한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AI에 활용할 가치가 큰 데이터가 중요하다. 선진국처럼 데이터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AI 국가전략의 실행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AI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했지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과기정통부의 들러리가 아니라 AI 기업들의 의견을 정책에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추진체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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